엔비디아가 AI 코딩 스타트업 풀사이드에 60억달러(8조3000억원)를 걸었어. 회사를 통째로 산 건 아니야. 기술은 라이선스로 가져가고, 엔지니어 100여명은 채용하고, 지분은 10억달러(1조4000억원)를 따로 넣어 확보했어. 이런 소식이 나오면 대개 AI 인재 확보 경쟁의 한 장면으로 읽혀.
그런데 엔비디아가 요즘 큰돈을 쓰는 자리는 칩을 더 잘 만드는 쪽이 아니라, 그 칩을 사 갈 이유와 사 갈 주체를 회사 밖에 만드는 쪽이야. 나는 이걸 이 회사가 고른 성장 전략이 아니라 제약이 밀어낸 결과로 봐.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이미 사실상 닫혔고, 남아 있는 큰 고객들은 동시에 자기 칩을 직접 설계하는 경쟁자거든.
왜 지금
이 회사가 서 있는 자리를 먼저 보자. 엔비디아는 팹리스·위탁생산 전략을 쓰고, 반도체 웨이퍼는 TSMC와 삼성전자 같은 파운드리에서, 메모리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삼성전자에서 사 와.1 경쟁 구도는 두 층인데, 그중 하나가 이 글의 출발점이야 — 클라우드 대기업(알리바바·알파벳·아마존·바이두·화웨이·마이크로소프트)이 자체 설계한 칩과도 경쟁해.1 파는 쪽과 사는 쪽이 같은 이름들인 시장이라는 뜻이지.
동시에 한쪽 시장은 정책으로 잘렸어. 2025년 4월 미국 정부가 중국(홍콩·마카오 포함)과 D:5 국가向 H20 수출에 라이선스를 요구하면서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1분기에 45억 달러의 재고·구매 의무 손실을 인식했고, 2025년 8월 일부 중국 고객사向 판매가 허용된 뒤 발생한 H20 매출은 약 6천만 달러에 그쳤어.1 그 결과 2026 회계연도 말 기준 엔비디아는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팅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였어.1
45억 달러를 잃고 6천만 달러를 되찾았다는 두 숫자 사이의 간격이 이 회사가 지금 어디를 막고 있는지 말해 줘.
통념과 비대칭
통념은 이 두 사건을 서로 다른 장르의 뉴스로 읽어. 60억달러 라이선스는 빅테크 인재 전쟁 기사고, 비트코인 채굴 회사가 GPU 클러스터를 켠 건 크립토 업계의 사업 전환 기사야. 하나는 실리콘밸리 이야기, 다른 하나는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이야기니까 같은 지면에 놓일 일이 없지.
놓친 지점은 이거야. 두 사건을 겹쳐 놓으면 방향이 하나로 모여 — 둘 다 엔비디아의 칩이 회사 밖에서 쓰일 이유와, 그 칩을 사 갈 주체가 늘어나는 이야기야. 엔비디아는 앞쪽에 돈을 쓰고 있고, 뒤쪽은 채굴장에서 걸어 나오고 있어.
그림: 엔비디아가 돈을 쓰는 자리는 칩을 만드는 쪽이 아니라, 그 칩을 사 갈 회사 밖의 두 갈래다.
근거
첫째, 회사를 안 사고 기술과 사람만 가져가는 방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풀사이드 거래 정리에서 확인한 대로, 엔비디아는 앞서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의 설계 기술을 200억달러에 비독점 라이선스하고 인력 대부분을 흡수한 적이 있어.2 이번 풀사이드 거래도 그때와 비슷해서 사실상 우회 인수로 여겨져.2 형식이 반복된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번 인력이 어디로 갔느냐야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풀사이드 엔지니어 100여명을 채용해 자사 오픈웨이트(개방형 가중치) 프로젝트 ‘네모트론’ 개발에 투입해.2 칩 설계실이 아니라 모델 개발 쪽이야.
둘째, 그 오픈 모델은 회사 밖으로 나가라고 만든 물건이야. 젠슨 황 CEO는 지난달(7월) “미국의 AI 리더십은 개방적 생태계 확산 여부로 판가름 난다”고 밝혔고,2 지난 3월에는 미스트랄·퍼플렉시티 등과 개방형 모델 협의체 ‘네모트론 연합’도 출범시켰어.2 배포도 이미 돌고 있어 — 2026년 8월 14일 엔비디아는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인도삿·가자마다대와 함께 인도네시아 최초의 대학 기반 AI 기술센터를 족자카르타에서 출범시켰는데, 이 센터는 인도삿의 주권 GPU-as-a-service 플랫폼 GPU Merdeka와 엔비디아의 풀스택 AI 플랫폼으로 구동되고, 엔비디아 부사장 Marc Hamilton은 인도네시아 인재에게 엔비디아 네모트론 오픈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어.3 오픈 모델을 뿌리는 일과 GPU 플랫폼을 까는 일이 같은 발표문에 들어 있어.
셋째, 사 갈 주체 쪽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 장부에 없던 구매자가 나오고 있어. 비트디어 GB300 배치 정리가 그 사례야. 모회사 Bitdeer Technologies Group은 비트코인 채굴기 17만 5천 대를 운용하는 암호화폐 기업인데,4 그 자회사 Bitdeer AI가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B300 NVL72 기반 용량을 배치했다고 발표했어.4 눈에 띄는 건 용량이 아니라 계약이야 — 이 중 절반이 5년짜리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으로 이미 팔렸고 계약 총액은 4억 달러이며, 회사에 따르면 그 매출과 비용은 2027년 1분기부터 장부에 잡혀.4 2028년 1분기까지 350메가와트를 채우겠다는 게 이 회사가 내건 숫자고,4 CFO Michael Potter는 AI 클라우드 파이프라인이 이미 20억 달러 규모를 넘었다고 말했어.4
이런 사업자를 부르는 이름은 이미 있어. neocloud는 고성능 GPU 컴퓨팅에 특화된 AI 우선 클라우드 사업자를 가리키는 말이고,5 GPU 인프라 하나에만 자원을 몰아넣은 덕에 최신 가속기 하드웨어에 범용 플랫폼보다 몇 주 앞서 접근하는 경우가 잦아.5 채굴장의 전력과 부지가 이 자리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셈이야.
넷째, 자본시장이 6월 30일에 찍은 사진에서도 엔비디아 한 종목이 전부는 아니었어. 아팔루사 13F 정리를 보면 27개 종목만 들고 상위 10개가 79%를 차지하는 초집중형 책인데, 그 안에서 Micron이 14.6%로 2위, TSMC가 10.2%로 3위인 반면 엔비디아는 4.0%로 9위야.6 브리지워터 13F 정리 쪽은 반대로 997개 종목에 넓게 깔았는데, 개별 종목 1위인 엔비디아 3.2% 옆에 Broadcom 2.0%, Lam Research 1.7%, AMD 1.3%가 나란히 앉아 있어.7 다만 이 서류들은 늘렸는지 줄였는지를 말하지 않아.89 방향을 못 읽는 스냅샷이라는 건 기관 컨센서스는 45일 낡은 사진이다에서 이미 짚었고, 여기서도 그 한계는 그대로야. 그래도 한 가지는 읽혀 — 성향이 정반대인 두 책 모두에서 AI 노출이 엔비디아 한 종목에 모여 있지 않았다는 것.
이 주장이 틀리는 조건
가장 약한 곳은 그록과 풀사이드를 한 패턴으로 묶은 지점이야. 그록은 반도체 스타트업이었고 엔비디아가 라이선스한 것도 설계 기술이야.2 그건 수요를 사는 게 아니라 공급 역량을 사는 거지. 라이선스와 채용이라는 껍데기가 같다고 안에 든 것까지 같다는 보장은 없어. 두 거래를 잇는 근거가 “형식이 닮았다”뿐이라면 이 주장은 거기서 무너져.
두 번째는 비트디어 쪽이야. 비트디어의 GB300 배치는 엔비디아가 돈을 쓴 일이 아니야. 오프테이크 계약도 350메가와트 목표도 비트디어가 세운 계획이고, 엔비디아가 그 수요를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어. 내가 잇는 건 인과가 아니라 방향이야 — 한쪽은 엔비디아의 지출, 다른 쪽은 새 구매자의 등장이고, 둘이 같은 곳을 가리킨다는 데까지야. 게다가 비트디어가 밝히지 않은 것도 많아. A102의 실제 위치, 나머지 절반 용량의 협상 상대, 1월에 가동한 GB200 NVL72 시스템과 이번 시설이 같은 곳인지는 전부 회사가 밝히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4
세 번째는 전제 자체야. 이 주장은 “팔 곳이 막혔다”를 딛고 서 있어.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면 굳이 회사 밖에 수요를 심을 이유가 줄고, 지출은 다시 캐파와 설계 쪽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음 확인 지표
판정 시한은 2027년 6월 말로 둔다.
- 라이선스와 채용을 묶은 세 번째 거래가 나오는지. 2027년 상반기까지 그런 거래가 또 나오고 그 인력이 다시 모델·소프트웨어 쪽으로 간다면 이 읽기는 강해져. 반대로 그 기간의 큰 지출이 파운드리·메모리 캐파 확보로만 향한다면 약해져.
- 비트디어 AI의 A102 나머지 절반이 계약되는지, 2028년 1분기 350메가와트 목표에 얼마나 다가서는지. 첫 확인 지점은 오프테이크 매출이 장부에 잡히기 시작하는 2027년 1분기야. 계약이 채워지면 비하이퍼스케일러 구매자가 실체가 있다는 뜻이고, 나머지 용량이 계속 비어 있으면 이 갈래는 발표문 하나로 남아.
- 중국向 라이선스 매출이 6천만 달러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지. 넘어서면 “팔 곳이 막혀서 수요를 산다”는 전제가 흔들리고, 이 주장은 다시 심사받아야 해.
판단 고지
개인 판단 기록이고 투자 추천이 아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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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 「Form 10-K (FY2026)」(2026) SEC EDGAR 공시 ↩︎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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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 전자신문(월스트리트저널 인용), 「엔비디아, 첨단 오픈소스 AI 개발사 우회 인수」(2026-08-24) 기사 보기 ↩︎ ↩︎2 ↩︎3 ↩︎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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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 「Universitas Gadjah Mada, Indosat and NVIDIA Open Indonesia’s First University AI Center to Develop Local AI Talent」(2026-08-14) 발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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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centerDynamics, 「Bitdeer AI deploys Nvidia GB300 NVL72 cluster in Malaysia」(2026-08) 원문 ↩︎ ↩︎2 ↩︎3 ↩︎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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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tanix, 「Neoclouds vs. Hyperscalers: Key Differences and When to Use Each」(2026) 블로그 ↩︎ ↩︎2
-
SEC, 「Appaloosa LP Form 13F Information Table」(2026-08-14) 원문 ↩︎
-
SEC, 「Bridgewater Associates, LP Form 13F Information Table」(2026-08-14)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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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Bridgewater Associates, LP Form 13F-HR」(2026-08-14)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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