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의 GPU 없이도 돌아가는 커스텀 칩을 설계하고 있어. 특정 작업 하나에 맞춰 주문 제작하는 ASIC 계열이고, 업계는 이걸 XPU라고 불러. 그런데 두 회사 다 그 칩에 엔비디아의 인터커넥트 기술을 붙이겠다고 발표했어. 경쟁 칩을 만드는 쪽이 경쟁사의 배선을 쓰겠다고 나선 셈이야.
커스텀 칩이 엔비디아를 깎는다는 읽기는 절반만 맞아 — 그 칩이 결국 엔비디아가 깐 랙 위에 실리는 절반이 빠져 있거든. 나는 이 회사가 요즘 확보하는 자리가 칩 대 칩 승부의 바깥에 있다고 봐. 배선과 랙이 하나, 인수 대신 라이선스로 가져온 기술과 사람이 둘, 고객사 주주 명단이 셋이야. 어느 칩이 이기든 남는 자리들이지.
왜 지금
NVLink Fusion이 그 자리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줘. 커스텀 XPU를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연결하는 기술인데, 엔비디아는 이걸로 XPU 제작사의 성능을 높이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시점을 앞당기고, 세미커스텀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의 위험을 낮춘다고 설명해.1
성능 숫자도 함께 나왔어. 6세대 NVLink는 72개 XPU를 하나의 도메인으로 묶는데, 이 안에서 XPU 간 데이터 전송 지연은 이더넷 기반 대안보다 3분의 1 수준이고 패킷 처리량은 10배 높아.1 XPU를 엔비디아의 Vera CPU 같은 것과 연결하는 NVLink-C2C는 PCIe 인터페이스 대비 에너지 효율이 최대 6배라고 밝혔고.1
여기서 눈여겨볼 건 이 기술이 파는 물건의 정체야. 인텔 데이터센터 실리콘 엔지니어링 부사장 Tim Wilson은 NVLink Fusion이 “고객에게 CPU 아키텍처·성능 수준·소프트웨어 역량을 선택할 자유를 준다”고 말했어.1 선택의 자유를 파는 쪽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야.
통념과 비대칭
통념은 커스텀 칩을 엔비디아를 깎는 힘으로 읽어. 엔비디아 자신도 연차보고서에서 경쟁 구도를 두 층으로 적어 뒀어 — GPU·가속 컴퓨팅에서는 AMD·화웨이·인텔과 경쟁하고, 클라우드 대기업(알리바바·알파벳·아마존·바이두·화웨이·마이크로소프트)이 자체 설계한 칩과도 경쟁하며, 네트워킹 제품에서는 브로드컴·시스코·아리스타 등과도 겹친다고.2 커스텀 칩은 그 둘째 줄로 들어오는 힘이고, 그 힘이 실제로 있다는 건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와 겹치는 칸은 네트워킹이다에서 따로 짚었어.
놓친 지점은 그 칩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야. 칩은 다른 칩과 묶여야 하고, 랙에 실려야 하고, 그 랙을 찍어낼 공급망이 있어야 해. 지금 그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 내놓는 쪽이 엔비디아야.
그림: 고객이 고르는 층은 칩 하나고, 그 아래 배선과 랙과 공급망은 엔비디아가 깐 채로 남는다.
근거
첫째, 배선을 붙이는 순간 랙과 공급망이 따라온다. NVLink Fusion 정리에서 확인한 대로, 채택사는 엔비디아의 MGX 랙 스케일 아키텍처와 Vera Rubin NVL72 같은 MGX 기반 시스템이 쓰는 공급망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어.1 QCT·Quanta Computer의 제품·솔루션 총괄 Jack Luoh는 Vera Rubin NVL72에서 “시스템 빌드의 거의 100% 자동화”를 보고 있다고 말했고, 이 투자의 상당 부분을 XPU가 NVLink Fusion을 쓸 때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어.1 배선 하나를 고른 결과가 랙 규격과 조립 라인까지 따라오는 구조야.
둘째, 채택사가 이 프로그램에서 사는 건 시간이야. 미디어텍의 데이터센터·컴퓨팅 사업그룹 총괄 Vince Hu는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고객이 NVIDIA GPU로 랙 레벨 솔루션을 배치하면서, XPU 개발은 별도 속도로 분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1 자기 칩 개발이 늦어져도 랙은 먼저 지을 수 있다는 얘기지. 그런데 그렇게 먼저 선 랙에는 엔비디아 GPU가 꽂혀 있어. 커스텀 칩 프로젝트가 늦어질수록 그 랙이 도는 기간이 길어져.
셋째, 같은 모양이 기술과 사람 쪽에서도 반복돼. 엔비디아는 AI 코딩 스타트업 풀사이드에 60억달러(8조3000억원)를 걸었는데, 회사를 산 게 아니야 — 기술을 라이선스하고 엔지니어 100여명을 채용해 자사 오픈웨이트 프로젝트 ‘네모트론’ 개발에 투입했고, 지분은 별도로 10억달러(1조4000억원)를 더 넣어 확보했어.3 앞서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의 설계 기술을 200억달러에 비독점 라이선스하고 인력 대부분을 흡수한 적도 있어서, 이번 거래도 사실상 우회 인수로 여겨져.3 자세한 구조는 풀사이드 거래 정리에 있고, 이 지출의 방향을 수요 쪽으로 읽은 건 엔비디아는 수요를 사기 시작했다야. 여기서 내가 보태는 건 형식이야 — 인수는 심사를 받지만 라이선스와 채용은 그 문을 지나지 않아.
넷째, 고객사 주주 명단에도 이름이 있어. 2026년 8월 스페이스X 지분 공시에 알파벳과 엔비디아, 피터 틸이 대규모 지분 보유자로 올랐어.4 같은 시기에 머스크는 여러 칩을 섞어 쓰던 방식을 접고 AI 컴퓨팅을 엔비디아 하나에 전적으로 걸겠다고 밝혔고.5 투자자와 유일 공급사가 한 이름으로 겹치는 셈인데, 그 겹침이 스페이스X 쪽에 어떤 위험인지는 스페이스X가 발전소를 다 지어도 GPU는 엔비디아가 나눠 준다에서 짚었어. 원 공시 정리는 스페이스X 지분 공시 정리에 있어.
다섯째, 이 회사가 원래 파는 물건이 그런 종류야. 엔비디아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을 TSMC·삼성전자에, 메모리 공급을 SK하이닉스·마이크론·삼성전자에 맡기는 팹리스야. 파는 건 실리콘 자체가 아니라 설계와 그 위에 얹는 CUDA 소프트웨어 스택이지.2 실리콘을 안 만드는 회사가 실리콘 경쟁의 바깥에서 자리를 늘리는 건 방향을 튼 게 아니라 원래 하던 일의 연장이야.
이 주장이 틀리는 조건
가장 약한 곳은 출처야. NVLink Fusion 이야기의 뼈대는 엔비디아가 자기 블로그에 올린 글이고, 인텔·QCT·미디어텍 관계자의 발언도 그 글 안에 실려 있어.1 파는 쪽이 고른 문장들이라는 뜻이야. 채택사가 자기 채널로 같은 말을 하기 전까지 이 근거의 무게는 그만큼 가벼워.
두 번째는 아직 제품이 없다는 점이야. 지금 이름이 나온 건 인텔·미디어텍·QCT·Quanta Computer뿐이고,1 실제 출하된 XPU 제품은 아직 없어. 엔비디아가 밝힌 1,152개 가속기 도메인과 co-packaged optics도 로드맵상의 계획이지 나온 제품이 아니고, 지금 확인되는 건 72개 도메인이야.1 발표문 하나로 끝나면 이 주장은 설 자리가 없어.
세 번째는 배선이 엔비디아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엔비디아 스스로 네트워킹 제품에서 브로드컴·시스코·아리스타 등과 겹친다고 적었어.2 커스텀 칩 진영이 이더넷 계열 배선으로 클러스터를 엮으면 랙도 공급망도 엔비디아를 지나지 않아.
네 번째는 세 자리를 한 묶음으로 읽은 게 내 해석이라는 점이야. 배선 프로그램과 라이선스 거래와 지분 취득은 각각 다른 팀이 다른 이유로 벌인 일일 수 있어. 내가 잇는 건 인과가 아니라 모양이고, 모양이 닮았다고 의도까지 같다는 보장은 없어.
다음 확인 지표
판정 시한은 2027년 6월 말로 둔다.
- 인텔이나 미디어텍이 NVLink Fusion을 쓴 커스텀 칩 제품을 실제로 출하하는지. 나오면 이 읽기는 강해지고, 두 회사가 다른 배선으로 갈아타면 그 자리에서 무너져.
- 1,152개 가속기 도메인과 co-packaged optics가 제품 사양으로 넘어오는지. 확인 시한은 2027년 말로 둬. 넘어오면 이 배선의 도메인 크기 자체가 다른 선택지와 벌어지고, 로드맵에 계속 머물면 지금의 72개가 천장이야.
- 커스텀 칩이 이더넷 계열 배선 쪽으로 옮겨 가는지. 엔비디아가 자기 연차보고서에 네트워킹 경쟁자로 적어 둔 이름들이 커스텀 칩 클러스터의 기본값이 되면 이 주장은 약해져.
판단 고지
개인 판단 기록이고 투자 추천이 아니다.
남은 질문들
NVLink Fusion을 쓰는 대가가 무엇인지는 볼트 안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어. 라이선스료인지, MGX 랙 구매가 조건인지, 아니면 무상인지에 따라 이 자리의 값이 완전히 달라져.
각주
-
NVIDIA, 「How XPUs Meet a World-Class AI Factory」 NVIDIA 블로그 ↩︎ ↩︎2 ↩︎3 ↩︎4 ↩︎5 ↩︎6 ↩︎7 ↩︎8 ↩︎9 ↩︎10
-
NVIDIA, 「Form 10-K (FY2026)」(2026) SEC EDGAR 공시 ↩︎ ↩︎2 ↩︎3
-
최호, 전자신문(월스트리트저널 인용), 「엔비디아, 첨단 오픈소스 AI 개발사 우회 인수」(2026-08-24) 기사 보기 ↩︎ ↩︎2
-
Investor’s Business Daily, 「Nvidia, Alphabet, Peter Thiel: SpaceX Top Shareholders Disclosed」(2026-08-18) 기사 ↩︎
-
Yahoo Finance, 「The Nvidia-SpaceX Deal Is Sending a Clear Signal on AI Dominance」(2026-08-11) 기사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