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코드를 만지고, 주말에는 마당을 가꿉니다.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사실 같은 일이라는 것 — 어쩌면 그게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애플이 만든 제품의 완성도와 섬세함에 매료되어 개발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정말 끌리는 것은 단순히 코드를 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구조를 설계하고, 병목을 줄이고, 복잡한 것을 더 단순하고 단단한 형태로 만드는 일에 흥미를 느낍니다. 좋은 제품은 기능이 많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들이 제자리에 있고, 불필요한 마찰이 줄어들어, 사용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기 목적에 가까워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스템은 많은 것을 덧붙여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이 잘 드러나도록 정리될 때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이 태도는 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삶에서도 저는 비슷한 질문을 자주 합니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평온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따뜻한 햇살, 넓은 마당,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식물들, 장작불을 바라보는 시간,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바비큐 같은 것들. 그런 장면들이 제게는 겉으로 화려한 것보다 더 오래 남는 기쁨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전원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통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다른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전원주택은 단순한 주거 형태가 아니라,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중심에 두기 위해 선택한 삶의 구조에 가깝습니다.
주말이면 마당을 정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을 키우고, 집의 작은 문제들을 고치고, 생활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합니다. 이런 일들은 개발과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제게는 꽤 비슷한 일입니다.
둘 다 살아 있는 구조를 관찰하고, 불편한 지점을 찾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형태로 다듬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삶을 설계하는 일과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일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그래서 저는 욕심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것보다 정말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태도로 살고 싶습니다. 이 태도는 기술적인 결정을 할 때도 이어집니다.
근본까지 파고들어간 뒤, 가장 중요한 원칙에서부터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기능과 구조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형태를 찾는 것. 저에게 모더니즘은 단순한 미감이 아니라, 결정을 내릴 때 참고하는 하나의 생활 철학에 가깝습니다.
“완숙”은 한국어로 온전히 익은 계란, 삶은 계란을 뜻합니다.
어릴 때 친구가 붙여준 별명인데,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계란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이름이 더 마음에 듭니다. 아직 완성된 사람은 아니지만, 천천히 익어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이름은 제게 단순한 닉네임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곳은 제 세계이고, 제 철학과 배운 것들,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호기심이 한데 모이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저는 아직 익어가는 중입니다.
이 정원도 그렇습니다.
Goal. Plan. Exec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