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패키징 얘기가 나오면 시장이 제일 먼저 세는 숫자는 배정 비율이야. TSMC는 2026년 상반기까지 첨단 CoWoS-L 용량의 약 70%를 엔비디아에 배정했고, 모건스탠리는 이 수급 격차가 빨라야 2026년 말에나 좁혀질 거라고 봐. 세기 쉬운 숫자라 그런지 “AI 칩 공급을 가르는 건 웨이퍼가 아니라 패키징”이라는 문장이 그 위에 얹혀 있어.

그런데 HBM4에서 실제로 달라진 건 패키징 라인이 아니라 메모리 스택 맨 밑 다이가 서 있는 자리야. HBM3까지 마이크론·삼성·SK하이닉스는 base die를 포함해 스택의 모든 레이어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고, 그 base die는 D램과 같은 공정으로 찍었어. HBM4부터는 전력과 성능 때문에 그게 더 앞선 로직 공정으로 옮겨갔고, 메모리 회사는 표준 base die를 여전히 설계하되 실제로 찍는 건 로직 파운드리 몫이 됐지. 그러니까 HBM4 스택은 한 장 한 장이 AI 가속기 다이와 같은 선단 로직 캐파를 나눠 쓰기 시작한 거야. 패키징 캐파는 여러 회사가 동시에 늘리고 있지만, 그 줄은 늘어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게 내 판단이야.

HBM3까지 HBM4부터 D램 레이어 맨 밑 다이 D램 팹 메모리 회사가 설계도 제조도 D램 레이어 맨 밑 다이 선단 로직 팹 제조는 로직 파운드리 몫으로 AI 가속기 다이 같은 캐파를 나눠 쓴다

HBM4 세대에서 맨 밑 다이는 D램 팹을 떠나 AI 가속기 다이와 같은 팹으로 건너간다.

시장이 세는 건 배정 비율이다

지금까지의 병목 이야기는 대체로 두 겹이었어. 웨이퍼에서 잘라낸 다이를 완성 칩으로 묶는 첨단 패키징(CoWoS) 라인이 모자란다는 게 첫 겹이고, 그 패키지 안에 넣을 HBM 재고가 없다는 게 둘째 겹이야. 실제로 HBM3E 물량의 대부분을 대는 SK하이닉스는 2026년 생산분을 사실상 전량 소진했고,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는 그 뒤를 따라잡으려 애쓰는 중이야. 패키징 라인을 늘려도 그 안에 앉힐 메모리가 이미 팔려 있으면 완성 칩 공급은 두 병목에 동시에 묶여 있는 셈이지.

이 두 겹은 2026년 물량을 다 판 SK하이닉스의 다음 위험은 팹 공사 일정이다에서 메모리 회사 쪽에서 이미 다뤘어. 여기서 하려는 얘기는 그 뒤야 — 두 겹 다 HBM3E까지의 지도이고, HBM4는 세 번째 겹을 하나 더 얹었다는 것.

밑바닥이 옮겨간 게 왜 다른 얘기인가

바뀐 건 공정 노드야. base die가 D램 공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앞선 로직 공정으로 내려가면서, 메모리 회사가 혼자 완결할 수 있던 스택이 두 회사의 일로 쪼개졌어.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패키지 엔지니어링 부사장 Jaesik Lee는 그 부담을 이렇게 말해. “고객이 원하는 건 이제 다 커스텀입니다. 더 높은 대역폭을 원하니까요. 그런데 메모리 회사는 설계와 제조를 다 해야 하는데, 자원이 제한돼 있습니다.”1

이 분업이 실제로 굴러가는 모양은 벌써 나와 있어. TSMC가 윈본드와 협력한다고 밝힌 구조가 그건데, 윈본드가 메모리 웨이퍼를 공급하고 TSMC가 스택을 조립하는 방식이고 이게 나머지 3대 메모리 제조사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평가가 나와.1 파운드리가 남의 다이를 붙여 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메모리 스택 자체의 공정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야.

그래서 세 번째 겹이 열려. 패키징 캐파와 HBM 재고가 각각 병목이던 자리에, “HBM 스택이 소모하는 선단 로직 웨이퍼”라는 항목이 새로 붙는 거야. 이건 배정 비율처럼 겉으로 세어지지 않아 — 어차피 같은 팹의 같은 캐파에서 조용히 빠져나가니까.

그 줄에는 이미 누가 서 있나

TSMC 쪽 숫자를 보면 그 줄이 얼마나 빡빡한지 감이 와. 2026년 2분기 웨이퍼 매출에서 2나노 3%·3나노 30%·5나노 33%·7나노 11%로, 7나노 이하 선단 공정이 전체의 77%를 차지했어.2 그리고 일부 고객은 팹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하려고 선수금을 내는 계약까지 맺어.3 돈을 먼저 내고 줄을 서야 하는 자원이라는 얘기야.

돈이 어디로 가는지도 갈라져 있어. 2026년 8월 11일 TSMC 이사회는 약 294억 4,250만 달러의 자본지출을 승인했는데, 선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성숙·특수 공정, 팹 건설 세 갈래야.4 2026년 연간 계획은 520억~560억 달러 규모고.3 세 갈래로 나뉜다는 건 첨단 패키징과 선단 로직이 같은 지갑에서 서로 몫을 다툰다는 뜻이기도 해.

반대편, 그러니까 패키징 쪽 공급자는 오히려 늘고 있어. 미국 본사 OSAT 중 가장 큰 Amkor는 HDFO(고밀도 팬아웃)·2.5D 통합·첨단 플립칩 같은 기법을 다루면서, 미국 애리조나에 새 시설을 2025년 하반기에 착공했고 2024년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공장도 계속 키우는 중이야.5 그 확장에 돈이 실제로 들어가고 있다는 건 비율에 찍혀 — 2025년 설비투자 강도(capex/매출)는 13.5%로 2024년 11.8%에서 올라갔어.5

삼성전자 쪽에서도 다른 문이 열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2026년 7월 27일 메모리·파운드리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양해각서를 발표했고, 이 협력은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기반 첨단 패키징(2.3D·2.5D 통합)까지 확장될 예정이야.6 규모는 2030년까지 5년간 메모리·파운드리 합산 2,0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어.6

그런데 패키징 공급자가 여럿이라고 해서 선단 로직 공급자도 여럿인 건 아니야. Tower Semiconductor는 이름이 파운드리인데도 최첨단 미세공정이 아니라 아날로그·RF·실리콘포토닉스 같은 특수 공정에 집중하는 회사고, 최근 2년간 9억 2,000만 달러 설비투자도 대부분 실리콘포토닉스와 실리콘저마늄 공정 확장에 들어갔어.7 파운드리라는 이름이 4나노급 로직 캐파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이 회사가 보여줘. base die가 필요로 하는 노드는 아무 파운드리나 대신 찍어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정리하면 이래. 패키징 캐파는 여러 회사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짓고 있고 그 증설이 재무제표에 이미 보이는 반면, HBM4 base die가 요구하는 선단 로직 캐파는 공급자가 좁고 이미 77%가 차 있고 고객이 선수금을 내고 줄 서는 자원이야. 두 자원이 같은 속도로 열리지 않는다면, 2027년 이후 HBM4 공급을 실제로 가르는 건 CoWoS 배정 비율이 아니라 그 줄의 순서라고 봐.

이 주장이 틀리는 조건

제일 큰 반론은 크기야. base die는 스택 하나에 한 장이고 GPU 다이보다 작아. 그게 실제로 선단 웨이퍼를 얼마나 먹는지 볼트 안에 숫자가 없어. 소모량이 미미하면 이 주장은 성립하지 않고, 그냥 CoWoS 얘기로 되돌아가. 그래서 그 수치를 gap으로 남겼어.

둘째, 표준 경로가 남아 있어. 위의 TSMC-윈본드 구조는 커스텀이 아니라 표준 base die 쪽에서 부담을 던다는 평가를 받았어.1 표준 스택이 계속 주력이면 선단 로직으로 새는 물량은 커지지 않아.

셋째, 우회로가 있어. 표준 D램 다이를 호스트 위에 쌓는 방식도 나와 있는데, 진짜 HBM 스택만큼 높지는 않지만 최대 4개까지 쌓을 수 있어. 다만 Synopsys는 이 방식으로 가는 프로젝트가 연간 20건이 안 될 거라고 봐.1 우회로가 있긴 하지만 좁다는 뜻이라, 이 반론은 약한 편이야.

넷째, 패키징 격차가 안 닫힐 수 있어. 모건스탠리가 본 2026년 말이 지나도 CoWoS 수급이 빡빡하면, 세 번째 겹이 열리기 전에 첫 겹이 계속 지배해. 그러면 시장이 배정 비율을 보는 게 맞고 나는 시기를 틀린 거야.

다음 확인 지표

패키징 격차. 2026년 말까지 첨단 패키징 수급 격차가 좁혀지면 이 주장은 강해져. 안 좁혀지면 병목의 순위는 그대로고 내 시기 판단이 틀려.

자본지출의 배분. 2027년 상반기까지 TSMC가 밝히는 자본지출 세 갈래에서 선단 공정 몫이 첨단 패키징 몫보다 빠르게 커지면, 회사 스스로 다음 병목을 로직 쪽으로 본다는 신호야.4

커스텀 스택의 등장 시점.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커스텀 HBM 스택은 1~2년 안에 데이터센터에 등장할 걸로 예상돼.1 2028년 상반기까지 실제로 들어가면 로직 캐파를 나눠 쓰는 구간이 시작된 거고, 그 무렵까지 안 나오면 이 주장의 시계가 뒤로 밀려.

메모리 쪽 매진 기간. 메모리 공급사들은 이미 향후 1년 반에서 2년치 팹 생산분을 매진시켰다고 알려져 있어.1 이 매진 구간이 끝나는 2028년 무렵에 D램 쪽이 먼저 풀리는지, 로직 쪽이 먼저 풀리는지가 두 병목의 순위를 판정해.

판단 고지

이 글은 개인 판단 기록이고 투자 추천이 아니다. 특정 종목을 사거나 팔라는 얘기가 아니라, HBM4 공급을 볼 때 어느 숫자를 세야 하는지를 적어 둔 거야.

남은 질문들

  • HBM4 base die 한 장이 소모하는 선단 웨이퍼 면적은 얼마인가. 이 숫자 없이는 세 번째 겹의 크기를 잴 수 없어.
  • 커스텀 base die를 실제로 발주한 하이퍼스케일러는 몇 곳인가. 프로젝트 수가 적으면 표준 경로가 계속 주력이야.
  • 삼성전자의 2나노 기반 첨단 패키징이 실제 양산에 들어가면, 선단 로직과 패키징을 한 회사 안에서 잇는 구조가 이 병목 순위를 바꾸는가.

각주

  1. Semiconductor Engineering, Bryon Moyer, 「How Will The Custom HBM Business Work?」(2026-08-20) 원문 ↩︎ ↩︎2 ↩︎3 ↩︎4 ↩︎5 ↩︎6

  2. TSMC, 「TSMC Reports Second Quarter EPS of NT$27.25」(2026-07-16) 실적발표 ↩︎

  3. TSMC, 「Annual Report on Form 20-F (fiscal year 2025)」(2026-04-16) 연차보고서 ↩︎ ↩︎2

  4. TSMC, 「TSMC Board of Directors Meeting Resolutions」(2026-08-11) 공시 ↩︎ ↩︎2

  5. Amkor Technology, 「Form 10-K (fiscal year 2025)」(2026-02-20 filed) SEC 공시 ↩︎ ↩︎2

  6. TechPowerUp, 「Samsung Electronics and Broadcom Expand Strategic Collaboration Across Memory and Foundry Technologies」(2026-07-27) 보도자료 ↩︎ ↩︎2

  7.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Tower Semiconductor Ltd. 2025 Form 20-F, Item 4. Information on the Company」(2026-04-30 제출)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