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회사가 증설을 말할 때 가장 쉬운 대답은 “AI 수요가 크다”야. 그런데 설비는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들어가고, 그 사이 수요는 바뀔 수 있어. 그래서 중요한 건 낙관적인 수요 전망 하나가 아니라, 고객이 어느 정도의 물량과 가격을 얼마나 오래 약속하느냐야.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데뷔를 계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으로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고 말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어.1
이번에 확인된 말
미국 상장은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만 뜻하지 않아. 최 회장은 미국 자본시장 접근, 주가의 장기적 안정, 인재 유치를 함께 언급했어. 다만 정기적인 추가 발행을 할지, 어떤 조건으로 자금을 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1
메모리 공급에 대해서는 훨씬 큰 그림을 제시했어. AI 추론이 늘수록 모델이 이전 대화와 계산 결과를 보관하는 KV 캐시가 커지고, 그 저장 공간이 메모리 수요를 키울 것이라는 설명이야. 그는 소비자 전자기기의 보급 대수에 크게 좌우되던 과거 메모리 수요와 다른 흐름이라고 봤다.1
여기에는 두 층이 있어. 5년 증설 계획은 경영진이 밝힌 계획이고, 추론과 KV 캐시가 계속 수요를 크게 키울 것이라는 것은 그 계획을 뒷받침하는 경영진의 전망이야. 둘을 같은 확정 사실처럼 읽으면 안 돼.
두 배 증설은 공급 과잉을 없애 주지 않는다
인터뷰 진행자는 증설이 2027년 이후 공급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업계의 시각을 꺼냈어. 최 회장은 고객들이 두 배 증설로도 부족하다고 말한다면서, 수요가 지수적으로 늘 것이라고 답했지. 동시에 공급 부족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른다고도 했다.1
이 대목에서 확인된 것은 한 가지야. 회사가 증설을 작게 잡지 않고 있고, 그 근거로 고객 대화를 들고 있다는 점.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도 많아. 고객별 물량, 계약 기간, 가격, 실제 가동 시점은 인터뷰에 나오지 않아. 수요가 커진다는 말만으로 증설 뒤의 수급 균형까지 알 수는 없어.
첨단 패키징도 같은 이유로 함께 봐야 해. HBM처럼 메모리 칩을 많이 만드는 일과, 그 칩을 가속기와 실제 제품으로 안정적으로 묶는 일은 서로 다른 단계이기 때문이야. 한쪽의 증설 발표만으로 전체 공급량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장기계약은 약속이 아니라 공개할 숫자에서 확인된다
최 회장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객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장기계약을 원한다고 말했다. 장기계약이 있으면 침체기에도 일정 물량과 가격을 유지해 메모리 사업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어.1
하지만 이것은 계약의 존재와 조건을 공시한 발표가 아니라 인터뷰 속 설명이야. 실제로 그 변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향후 실적 발표나 공시에서 계약 기간, 고객 약정, 생산능력, 출하량처럼 검증 가능한 숫자가 나올 때 판단할 수 있어.
다음에 볼 것
첫째, 5년 증설 계획이 공장·장비·가동 시점으로 나뉘어 공개되는지야. 둘째, 장기계약이 실제 물량이나 가격 조건을 동반하는지야. 셋째, HBM 생산량과 패키징·가속기 출하가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지야.
이번 인터뷰는 메모리 수요가 강하다는 결론보다, 증설의 성패를 확인할 숫자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보여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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