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를 말할 때 사람들은 보통 GPU와 HBM부터 떠올려. 계산을 누가 하고,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칩 옆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느냐가 먼저 보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이번 보도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조금 뒤쪽에 있어. 학습이 끝난 모델이 답을 만들 때는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읽고 찾고 저장해. 이때 낸드플래시가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야.1

쉽게 말하면 이거야. HBM이 AI 칩 옆의 넓은 책상이라면, 낸드는 데이터센터 안의 큰 책장에 가까워.

무슨 일

연합뉴스는 2026년 7월 12일 보도에서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과 AI 저장장치 수요를 연결했어. D램익스체인지 기준 메모리카드·USB용 128Gb MLC 낸드 평균 가격은 2026년 6월 말 28.8달러였고, 2025년 말 5.7달러에서 반년 만에 5배 넘게 올랐다고 전했지.1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어. 이 숫자는 낸드 전체 시장의 평균 단가가 아니라, 특정 범용 제품 가격 지표야. 그러니까 “모든 낸드가 5배 올랐다”가 아니라 “범용 낸드 가격 지표가 매우 가파르게 움직였다”로 읽어야 해.

그래도 방향은 뚜렷해. 같은 기사에서 PC용 DDR4 D램 범용제품 가격은 2025년 말 9.3달러에서 2026년 6월 말 21달러로 2.3배 올랐고, 낸드 가격은 2026년 3월부터 넉 달째 해당 D램 지표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고 나와.1

왜 AI가 저장장치를 다시 보나

생성형 AI 초반의 관심은 학습 쪽에 몰렸어. 큰 모델을 만들려면 많은 GPU와 HBM이 필요했고, 병목도 거기서 먼저 보였지.

추론은 조금 달라. 사용자가 질문할 때마다 모델은 답을 만들고, 과거 문맥을 붙잡고, 외부 문서를 찾아보고, 결과를 다시 저장해. 추론 비용을 계산량만으로 보면 이 저장·검색 비용을 놓치게 돼.

특히 검색 증강 생성, 흔히 RAG라고 부르는 방식이 중요해. 모델이 자기 기억만 믿지 않고 논문, 공식 문서, 회사 내부 지식 같은 외부 자료를 찾아 붙이는 방식이야. 이 구조에서는 “계산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와 함께 “자료를 얼마나 많이, 싸게, 빠르게 보관하고 꺼내느냐”가 같이 문제가 돼.

그 지점에서 낸드가 나온다. D램이나 HBM보다 느리지만 훨씬 많은 데이터를 더 싸게 저장할 수 있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아. 그래서 AI 데이터센터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대신 기업용 SSD를 더 찾는다는 설명이 붙어.1

확인된 것과 주장인 것

확인된 것은 가격 지표와 기업들의 증설 움직임이야.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P5와 P5-2 팹을 각각 2028년 상반기, 2029년에 가동해 낸드 공급량을 늘릴 방침이고, SK하이닉스는 청주 M17 생산시설에 80조원을 투자해 2029년 상반기 클린룸 오픈을 목표로 한다고 해.1

Kioxia, Micron, SanDisk, YMTC도 증설 경쟁에 들어가 있다. 특히 YMTC는 2020년 1% 이하였던 낸드 시장 점유율이 2026년 1분기 13%까지 올라왔고, 웨이퍼 기준 생산량도 2027년까지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됐어.1

하지만 “AI 추론이 낸드 수요를 어디까지 끌어올릴까”는 아직 주장에 가까워. AI 데이터센터가 기업용 SSD를 더 산다는 방향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어느 고객이 얼마만큼의 저장장치를 장기 계약으로 묶었는지, HDD에서 SSD로 바뀌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낸드 증설이 가격을 언제 누르는지는 이 기사만으로 확정할 수 없어.

이번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낸드가 AI의 새 주인공”이라는 문장이 아니라, AI 추론 수요가 메모리 시장의 병목을 HBM 바깥으로 넓힐 수 있다는 신호야.

다음에 볼 것

첫째, 기업용 SSD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이 실제로 같이 움직이는지 봐야 해. 범용 낸드 가격 지표가 뛰어도,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제품의 수요와 가격이 같은 폭으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야.

둘째, 빅테크의 저장장치 구매가 장기계약으로 드러나는지 봐야 해. SK하이닉스 메모리 증설 인터뷰에서도 확인했듯이, 수요 전망보다 더 강한 증거는 고객별 물량과 기간이야.

셋째, 중국 YMTC의 증설 속도를 봐야 해. AI 수요가 낸드 가격을 올리는 힘이라면, 중국 업체의 빠른 공급 증가와 수출통제 환경은 그 가격을 다시 누르는 힘이 될 수 있어.

각주

  1. 연합뉴스/임성호, 「‘추론 AI’ 시대의 새 주인공…올해만 몸값 5배 오른 낸드플래시」(2026-07-12) 기사. ↩︎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