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말하면
낸드 슈퍼사이클은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난 스토리지 수요로 낸드플래시 가격을 밀어올리는 국면을 가리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6년을 “1990년대 호황에 준하는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규정하면서, 낸드 매출이 전년 대비 45% 늘고 평균판매가격(ASP)은 26% 오를 것으로 내다봤어.1 낸드는 원래 D램보다 가격이 잘 움직이지 않는 제품이라, 이 국면 자체가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산업 전체의 우선순위를 얼마나 흔들어 놨는지 보여주는 신호야.
HBM 우선순위가 낸드까지 밀어올리는 경로
AI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건 HBM만이 아니야. GPU 옆에서 연산을 돕는 고대역폭 메모리 못지않게, 학습 데이터와 추론 중 만들어지는 중간 결과를 담아 둘 대용량 저장공간도 필요해. SK하이닉스는 2026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키-값(KV) 캐시 오프로딩 수요가 늘고, 이게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어.2 실제로 이 회사의 2026년 2분기 기업용 SSD 매출은 전분기 대비 두 배 넘게 늘었어.2
문제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한정된 생산능력을 이미 D램·HBM 쪽에 우선 배정해 놨다는 점이야. 미국 싱크탱크 CSIS는 올해 생산되는 전체 메모리칩의 50~70%가 데이터센터에 소비될 것으로 추산했고,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회사가 세계 공급의 95%를 쥔 상황에서 이 쏠림이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까지 빠듯하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어.3 낸드도 이 구도에서 예외가 아니야 — HBM에 밀려 생산능력이 재배치되는 동안, 늘어나는 eSSD 수요를 맞추려는 낸드 쪽 공급도 함께 타이트해지는 거지.
제조사들은 재고를 늘리는 대신 제품을 바꾼다
공급을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새 공장을 짓는 게 아니라, 같은 웨이퍼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제품을 더 많이 뽑아내는 거야. 새 낸드 공장은 가동까지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3, 제조사들은 최신 공정으로 생산 비중 자체를 옮기는 쪽을 택하고 있어. SK하이닉스는 2026년 2분기 기준 321단 낸드 제품이 이미 생산 비중에서 가장 크고, 연말까지 국내 생산능력의 절반을 이 제품으로 채우겠다고 밝혔어.2 삼성전자도 7세대 QLC V-NAND 기반 BM1743 SSD를 내놓으면서 이전 세대 대비 적층 수를 거의 두 배로 늘려 같은 웨이퍼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담게 했고, 이 방식을 데이터센터 비용 절감과 AI 워크로드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어.4 마이크론도 2026 회계연도 3분기(2026년 5월 마감)에 245TB QLC SSD 출하를 시작하고 차세대 PCIe Gen6 SSD를 대량 생산에 들였어.5
이런 제품 믹스 전환은 결과적으로 저가형 범용 낸드의 공급을 더 조이는 효과를 낳아. 대용량·고성능 제품에 웨이퍼가 몰릴수록, 일반 소비자용 낸드는 상대적으로 덜 만들어지기 때문이야. 실제로 SK하이닉스의 2026년 2분기 낸드 ASP는 전분기 대비 50%대 중반 올랐고, 출하량도 10%대 중반 늘었어.2 값도 오르고 양도 늘었다는 건, 수요가 공급 확대 속도보다 더 빠르게 붙고 있다는 뜻이야.
왜 중요한가
낸드 슈퍼사이클이 중요한 이유는, 이게 HBM 하나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 메모리 산업 전체가 AI 인프라 우선순위로 재편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두 번째 증거이기 때문이야. HBM 가격만 오른다면 이건 특정 제품의 병목으로 볼 수 있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낸드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건 공급 배분 자체가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는 신호야. 이 흐름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스토리지 조달 비용, 메모리 3사의 실적, 그리고 낸드를 원료로 쓰는 SSD·스마트폰 제조사의 원가에까지 걸쳐 있어 반복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구조야.
실제 예시
SK하이닉스의 2026년 2분기(4~6월) 실적이 이 국면을 잘 보여줘.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6.8%, 557.2% 늘어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었어.2 이 실적을 만든 축 중 하나가 낸드였어 —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10%대 중반, ASP가 50%대 중반 늘었고, 321단 제품이 생산 비중에서 가장 커졌지.2
같은 시기 마이크론도 2026 회계연도 3분기(2026년 5월 28일 마감) 매출 414.6억 달러를 기록했어. 전분기 238.6억 달러, 전년 동기 93.0억 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야.5 마이크론 최고경영자 산제이 메로트라는 이 실적과 4분기 전망이 “AI 시대 메모리의 전략적 가치를 반영한다”고 말했어.5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
“낸드 슈퍼사이클도 결국 HBM 슈퍼사이클 얘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쉬워.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저장용 메모리로, GPU 옆에서 연산 대역폭을 늘려 주는 HBM과는 쓰임새 자체가 달라. BofA도 2026년 전망에서 D램(HBM 포함)과 낸드의 성장률을 따로 제시했는데, D램 매출은 51%, 낸드는 45% 늘어날 것으로 봤고 ASP 상승폭도 D램(33%)이 낸드(26%)보다 컸어.1 그러니 “낸드 가격도 HBM만큼 뛴다”는 건 틀린 그림이야. 맞는 그림은 이거야 — 낸드는 HBM 붐이 밀어붙인 생산능력 재배치의 파급 효과를 받는 쪽이고, 오르는 속도와 폭은 HBM보다 완만해.
이어서 읽기
- HBM — 이 재배치가 시작되는 진앙, HBM 우선 생산이 낸드 공급까지 조이는 출발점
- 자본지출 사이클(capex cycle) — 지금의 호황이 왜 다음 순환의 씨앗이 되는지 보는 일반 이론 틀
- SK하이닉스 — 낸드 ASP·출하량 실적으로 이 국면을 가장 먼저 숫자로 보여준 회사
- Micron — 대용량 QLC SSD 신제품과 실적 가이던스로 같은 흐름을 보여준 회사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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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hynix Newsroom, 「2026 Market Outlook: Focus on the HBM-Led Memory Supercycle」(2026-08-23 확인) 게시물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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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일렉, 「SK하이닉스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전문」(2026-07-29) 기사 ↩︎ ↩︎2 ↩︎3 ↩︎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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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The United States’ Accelerating Memory Chip Crunch: Implications for Tech and AI Leadership」(2026-07-31) 분석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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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Semiconductor, 「Next-Generation QLC V-NAND Increases Data Center Profitability」(2026-08-26 확인) 기술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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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n Technology, 「Micron Technology, Inc. Reports Record Results for the Third Quarter of Fiscal 2026」(2026-06-24) SEC 공시 ↩︎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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