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낸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앞으로 4년 동안 공사채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 바뀐다는 게 보여. 그동안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공사채를 가장 많이 찍어내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그 자리를 물려받을 전망이야.
공사채는 정부 산하 공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려고 발행하는 채권을 말해. 이 재무관리계획에서 LH를 빼고 나머지 공공기관만 보면 부채비율이 오히려 낮아져.1 그러니까 공공기관 전체 부채가 느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LH 혼자 그 증가분을 거의 다 끌고 가는 셈이야. LH의 부채 전망치는 2025년 173조7천억원, 2026년 197조5천억원에서 2030년에는 372조8천억원까지 불어나.1
왜 LH만 빚이 이렇게 느나
증권가에서는 그 이유로 ‘자금 지출과 회수의 시차’를 꼽아. 정부가 3기 신도시 같은 주택 공급 대책을 밀어붙이면서 착공은 앞당겨졌는데, 땅과 집을 팔아 돈을 회수하는 건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 때문에 늦어지고 있거든. 먼저 돈을 쏟아붓고 나중에 회수하는 구조라, 그 사이 간격을 메우려면 채권을 계속 찍어낼 수밖에 없어.
증권사들이 내놓은 추정치를 보면 규모가 꽤 커. 한화투자증권 한시화 연구원은 LH 부채가 앞으로 4년간 175조3천억원 늘면서 37개 공공기관 부채 증가분의 약 80%를 차지할 거라고 봤어.1 iM증권 이승재 연구원도 비슷한 결론이야 — 지난해 LH 재무관리계획의 부채 증가·발행 비중을 그대로 적용하면 내년 LH 채권 순발행 증가분이 12조8천억~22조3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어.1 DB금융투자 박경민 연구원은 올해 LH 공사채 순발행이 연 11조원 안팎인데, 내년엔 부채가 39조원 늘면서 순발행 규모도 18조원 안팎까지 커질 거로 봤고,1 신한투자증권 차주희 연구원은 매년 40조원씩 부채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LH 채권 순조달이 20조원 안팎은 될 거라고 했어.1
한전은 반대로 여유가 생긴다
같은 기간 한전은 사정이 다르게 흘러. 요금 인상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전기요금 선납 논의까지 겹치면서 한전의 부채비율은 오히려 낮아질 걸로 예상돼. 게다가 한전이 원래보다 더 많은 채권을 찍을 수 있게 해줬던 사채발행한도 확대 특례도 2027년 말이면 끝나.1 발행 여력 자체가 줄어드는 거야.
iM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이 두 흐름을 묶어서 “한전의 순공급 제한을 LH의 순발행이 상쇄하는 구조로 공사채 공급 트렌드가 이동할 것”이라고 정리했어.1 공사채 시장의 ‘공룡’ 자리가 한전에서 LH로 넘어간다는 얘기야.
그래서 채권시장엔 뭐가 문제야
금융투자업계가 걱정하는 지점은 이거야. LH가 대규모로 공사채를 계속 찍어내면 시중 자금이 그쪽으로 쏠리면서, 다른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1 이걸 수급 구축(crowding out) 현상이라고 불러 — 정부·공기업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빨아들일수록 민간이 쓸 수 있는 자금과 금리 여건이 나빠지는 걸 말해.
시장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이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질 거라고 보고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LH의 대규모 공사채 물량까지 발행시장에 쏟아지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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