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 동안 미 국채 얘기에는 늘 큰 숫자가 따라붙었어. 올 초 세계 부채가 353조 달러로 사상 최고를 찍었고, 미국 총부채는 지난달 40조 달러를 넘었고,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9월 1일에 3%를 찍었어. 1996년 이후 처음이었지. 셋을 한 줄로 꿰면 이야기가 쉽게 만들어져 — 세계가 미 국채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이야기야.

그런데 볼트에 쌓인 증거를 다시 보면 파는 손이 안 보여. 2026년 6월 기준으로 외국 공식 부문이 쥔 미 국채는 같은 부문의 금 준비자산보다 약 1조 달러 많았어. 금리를 밀어올린 건 떠나는 돈이 아니라, 남아 있는 저축을 두고 벌어진 경쟁이야.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 처방이 갈리거든. 신뢰가 깨진 거라면 미국 재무부가 무엇을 사들여도 소용없지만, 저축을 뺏긴 거라면 사는 손이 실제로 답이 돼.

‘금이 국채를 제쳤다’는 그 통계

이탈 서사의 가장 강한 물증은 2025년에 나왔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쥔 금의 시가가 미국 국채 보유액을 넘어섰다는 통계였지. 연준 이코노미스트 콜린 와이스의 반박은 이 통계를 두 번 뒤집어.

첫 번째는 가격이야. 2024년 이후 각국 금 준비자산의 시가가 뛴 건 중앙은행이 금을 더 사들여서가 아니라 민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값 자체가 올랐기 때문이야. 두 번째는 분모야. 세계 금 보유량의 22%는 미국 혼자 갖고 있는데, 미국은 자기가 발행한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할 수 없는 나라거든. 미국 몫을 빼고 다시 세면 2025년 대부분 기간의 세계 금 준비자산은 헤드라인 수치보다 0.8~1.1조 달러 낮았어.

여기에 시간을 한 칸 더 돌리면 역전 자체가 풀려. 2025년 말에는 미국 제외 금 준비자산 4조 달러가 각국의 미국 국채 공식 보유액 3.9조 달러를 앞섰는데, 2026년 6월이 되자 국채 보유액이 달러 기준으로 다시 금을 앞질렀어. 앞의 다섯 나라를 빼고 세면 그 차이가 약 1조 달러로 벌어져.

그리고 매수 흐름 자체가 이탈과 반대야. 2022년부터 2026년 4월까지 외국 공식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미 국채는 약 2000억 달러야. 몇몇 큰 손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을 수백억 달러씩 팔아치운 와중에도 나온 숫자지.

금을 많이 쥔 나라들의 정체도 이탈 서사와 안 맞아. 세계 금 보유량의 52%를 쥔 다섯 곳 — 미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IMF — 은 1970년대 이후 의미 있는 금 매입을 한 적이 없어. 이들이 금을 많이 쥔 건 오늘의 선택이 아니라 브레튼우즈 체제가 저물기 전에 쌓아둔 유산이야.

그럼 무엇이 금리를 올렸나

답은 정책 담당자들이 이미 말해 뒀어. 8월 31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금 이 순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글로벌 투자 급증의 순간”이라고 했어. 투자 기회가 없어 자본이 놀고 있던 “글로벌 저축 과잉”이 이제 뒤집혔다는 얘기였지.

같은 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인과를 더 구체적으로 말했어. AI 투자가 그동안 미국 국채로 흘러들며 차입 비용을 낮춰주던 저축을 빨아들여, 결과적으로 국채 수익률을 밀어올렸다는 거야. 국채를 사던 돈이 도망간 게 아니라, 그 돈이 더 좋은 값을 부르는 데이터센터로 갔다는 뜻이야.

숫자를 쪼갠 쪽에서도 같은 방향이 나와. 연준 DKW 모델로 상승분을 분해한 정리를 보면 연초 이후 2년물은 89.3bp, 10년물은 61.5bp 올랐는데, 그 상승분 중 예상 단기금리 경로가 63.3%를 차지하고 기간 프리미엄은 36.7%에 그쳐. 기간 프리미엄은 장기 국채를 들어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야 — 사줄 사람이 줄면 먼저 올라가는 자리지. 그 자리가 3분의 1을 겨우 넘겼다는 건, 지금 상승의 주어가 “안 사준다”가 아니라 “연준이 더 올릴 것 같다”라는 뜻이야.

같은 금리 상승, 두 가지 설명 통념이 그리는 그림 증거가 그리는 그림 무엇이 국채를 밀어내나 해외가 미 국채를 판다 AI 투자가 저축을 가져간다 상승분은 어디서 왔나 기간 프리미엄이 주도 예상 단기금리가 63.3% 달러는 어디로 달러가 먼저 밀린다 달러는 연초보다 1.5% 높다

두 설명은 금리가 오른다는 결론만 같고, 국채를 누가 밀어내는지와 달러가 어디로 가는지에서 정반대로 갈려.

일본 금리 3%는 이탈의 증거가 아니다

9월 첫 주의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이탈 서사에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줬어. 일본 10년물이 3%를 찍은 날 매도세는 국경을 넘어 번졌고, 미국 10년물은 약 4.79%, 30년물은 5.27%까지 올랐어. 독일 10년물은 2011년 이후 최고인 3.35%, 영국 10년물은 2008년 이후 최고인 5.25%였지.

그런데 그날 움직인 재료는 “일본 돈이 미 국채를 판다”가 아니었어. J.P.모건자산운용의 타이 후이는 미·일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과 재정 우려를 반영한다며 “중동 교착 상태가 에너지 가격을 밀어올릴 위험이 있는데, 두 나라 모두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조치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짚었어. 브렌트유는 그 화요일 2% 올라 배럴당 92달러를 넘었고, 전날엔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한 달 만의 첫 직접 공격 교환이 있었어.

일본 쪽 당사자의 답도 같은 방향이야. 버크셔 해서웨이 CEO 그렉 에이블은 자사가 10% 넘게 지분을 가진 일본 5대 상사 중 “지금 이 상사들 중 누구도 이것을 근본적인 도전으로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어. 일본 10년물이 다세대 최고치인 3%인 동안 미국 10년물은 4.8%를 넘었으니, 절대 수준으로 보면 일본은 아직 낮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

그리고 정작 그 주에 달러는 이탈 시나리오와 반대로 움직이지 않았어. 9월 4일 달러인덱스는 0.36 내린 98.993이었는데, 원화가 강해진 이유는 미 국채에서 돈이 빠져서가 아니라 일본 재무성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이 “계속해서 임전 태세”라고 말한 뒤 엔/달러가 158엔대에서 155엔대로 떨어졌기 때문이야.

통념과 갈리는 지점 — 계기판은 금리가 아니라 달러다

시장이 쓰는 사슬은 “부채 걱정 → 국채 매도 → 금리 상승”이야. 이 사슬이 진짜라면 빠져나온 돈이 달러를 떠나야 하니까 달러가 같이 밀려야 해. 그런데 로이터 FX 전략가 설문이 나온 9월 초에 달러는 연초보다 1.5% 오른 상태였어. 같은 며칠 사이 미국 10년물은 4.82%까지 올라 거의 3년 만의 최고를 찍었는데도 그랬지.

설문이 그린 약세도 급하지 않아. 유로/달러 중앙값 전망은 3개월 뒤 1.16달러, 6개월 뒤 1.17달러, 1년 뒤 1.18달러야. 1년에 걸친 완만한 약세지, 이탈이 만드는 모양은 아니야.

그래서 내 결론은 이거야. 국채 이탈이 진짜로 시작됐는지를 재는 계기판은 금리가 아니라 달러야. 금리는 연준 기대·유가·재정·발행 물량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혼잡한 계기판이지만, 달러는 “미국 자산 자체를 덜 원한다”는 신호만 비교적 깨끗하게 담거든. 그래서 금리가 아무리 뛰어도 달러가 버티는 동안은 이탈이 아니고, 금리가 잠잠한데 달러가 먼저 깨지면 그때가 진짜야.

이 주장이 틀리는 길

세 갈래로 틀릴 수 있어.

첫째, 공식 부문만 봤어. 와이스의 비교는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 곧 공식 부문의 보유액이야. 미 국채를 든 해외 민간 투자자는 이 숫자에 안 잡혀. 이탈이 민간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면 나는 안 보이는 쪽을 못 본 채로 “파는 손이 없다”고 말한 거야.

둘째, 수급 구조는 이미 나빠졌다는 반대 진단이 있어. SK증권은 재정적자 확대와 가격비민감 수요자 축소로 국채 수급 구조가 나빠진 가운데 AI 투자 확대가 추가 공급 충격을 만들고 있다고 봐. 여기에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도까지 시험받고 있다는 진단을 더하지. 이 진단이 맞다면 기간 프리미엄 36.7%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셋째, 시점이 어긋나 있어. 내가 기대는 가장 단단한 숫자는 2026년 6월 기준이고, 일본 금리 3% 돌파와 9월의 매도세는 그 뒤에 벌어졌어. 6월까지 안 팔았다는 게 9월에도 안 판다는 뜻은 아니야. 이건 지금 볼트 증거로는 가릴 수 없고, 아래 지표들이 나와야 갈려.

다음 확인 지표

첫째, 9월 말 달러 포지셔닝이야. CFTC 데이터에서 트레이더들의 순매수 달러 포지션은 11년 만의 고점에서 최근 몇 주 사이 줄었고, 로이터 설문 응답자 55명 중 40명(약 73%)이 9월 말까지 “큰 변화가 없거나 롱포지션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어. 줄어드는 정도가 이 예상 안에 머물면 내 주장은 유지돼. 롱이 급격히 청산되면서 동시에 10년물이 4.82% 위에 눌러앉으면 이탈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

둘째, 연말까지의 유로/달러 경로야. 설문의 3개월 전망은 1.16달러야. 12월 초 이전에 달러가 그 선을 넘어 빠르게 밀리면 내 계기판이 먼저 켜진 거고, 그때는 이 글의 주장이 아니라 이탈 서사가 맞았던 게 돼. 반대로 금리가 높은 채로 달러가 1.16달러 안쪽에서 버티면 주장은 강해져.

셋째, 상승분의 구성 비율이야. 지금은 예상 단기금리 경로 63.3%, 기간 프리미엄 36.7%야. 다음 분해에서 기간 프리미엄 몫이 절반을 넘어가면 “안 사준다”가 주어가 된 거고, 이 글은 거기서 무너져. 이 숫자는 국채 바이백 같은 재무부 개입이 무엇을 눌렀는지도 같이 알려줘 — 긴 쪽 가격을 재무부가 쥐고 있다는 판단은 9월 FOMC와 30년물에 대한 글에서 따로 다뤘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유진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같은 재료를 보고도 “쉽게 못 꺾인다”는 데만 동의하고 어디까지 오르고 언제 꺾일지는 다르게 그려. 그러니 위 세 지표 중 어느 하나만으로 판정하지 않는 게 맞아.

판단 고지

개인 판단 기록이고 투자 추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