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말하면
3-5족 화합물 반도체는 원소주기율표 3족 원소(갈륨 등)와 5족 원소(질소·비소 등)를 결합해 만드는 반도체 소재야. 단일 원소(4족 실리콘)로 만드는 실리콘 반도체와 달리, 두 원소의 조합 비율을 바꿔가며 밴드갭·전자 이동도 같은 물성 자체를 설계할 수 있어. 그중 갈륨과 질소를 결합한 GaN(질화갈륨, Gallium Nitride)은 밴드갭이 실리콘보다 훨씬 넓어서 — 이 성질 때문에 같은 전압을 버티는 소자를 실리콘보다 작게, 손실은 더 적게 만들 수 있어.
비유로 이해하기
전력반도체를 “물을 얼마나 센 압력으로, 얼마나 좁은 관에 흘려보낼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감이 와. 밴드갭이 넓다는 건 관의 벽이 그만큼 두꺼워서 높은 압력(전압)에도 관이 터지지(항복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전자 이동도가 높다는 건 그 관 안에서 물(전자)이 저항 없이 잘 흐른다는 뜻이야.
그런데 이 비유는 “왜 실리콘 대신 새 재질로 관을 짓나”는 설명하지 못해. 벽을 두껍게 하는 건 같은 관을 다르게 깎는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재질로 관을 짓는 문제거든. 실리콘이라는 재질은 이미 물리적 한계에 가까이 닿아 있어서, 벽을 더 두껍게 하려면 갈륨과 질소 같은 다른 원소 조합으로 넘어가야 해.
실리콘이 막힌 자리에서 갈륨과 질소가 시작한다
실리콘 전력 트랜지스터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효율을 높여왔지만, 물리적 한계치에 가까워지며 개선 속도가 느려졌어. 1978년에 나온 초기 전력 MOSFET IRF100은 항복전압 100V, 온저항 0.1Ω, 다이 면적 40mm²가 넘고 가격은 34달러였는데, 이게 당시 업계의 기준점이었어.1
물성표로 비교하면 왜 실리콘이 막혔는지가 보여. GaN의 밴드갭은 3.4 eV로 실리콘(1.12 eV)의 세 배 가까이 되고, 임계 파괴 전계(EBR, 소자가 항복하기 전 버틸 수 있는 전계 세기)도 GaN이 3.3 MV/cm로 실리콘 0.3 MV/cm의 10배가 넘어.1 밴드갭이 넓으면 실온에서 자연히 흐르는 전자(진성 캐리어) 농도가 실리콘보다 몇 자릿수 낮아지는데, 이게 곧 누설전류가 작고 더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는 뜻이야.2
전계를 더 버틸 수 있으면 같은 항복전압을 유지하면서 전극 사이 거리를 좁혀 소자를 작게 만들 수 있어.1 GaN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어. AlGaN과 GaN을 맞붙인 경계면에는 2DEG(이차원 전자가스)라는 얇은 전자층이 자연스럽게 생기는데, 이 층이 전자 이동도를 990에서 약 2000 cm²/Vs로 두 배 넘게 끌어올려.1 그 결과 GaN은 같은 온저항·항복전압 기준에서 3-5족 화합물의 또 다른 축인 SiC(탄화규소)보다도 소자를 더 작게 만들 수 있어.1
켜진 채로 태어나는 소자를 길들이는 문제
GaN 트랜지스터에는 실리콘에 없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자가 정상적으로 켜져 있는 상태(normally-on)로 태어나는 게 GaN HEMT의 기본 성질이야. 전력전자에서는 전원이 꺼지거나 회로가 오작동할 때 소자가 저절로 꺼지는 쪽(normally-off)이 안전하고, 게이트 구동 회로도 더 단순해져서 훨씬 선호돼.2
그래서 Panasonic·Infineon·GaN Systems·OnSemiconductor·STMicroelectronics 같은 업체와 학계가 함께 normally-off GaN을 만드는 기술에 연구력을 쏟고 있고,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캐스코드(cascode) 구성, p-GaN 게이트, 리세스 게이트 하이브리드 MISHEMT 세 가지야.2 p-AlGaN 게이트 방식은 우에모토(Uemoto) 등이 처음 제안했는데, 문턱전압 1.0V·항복전압 800V를 냈어.2
EPC가 택한 길은 조금 다르다 — 트랜지스터 구조 자체를 실리콘 기반 MOSFET에 흔한 기생 바이폴라 접합이 없는 순수 측면(lateral) 구조로 만들어, 역회복 전하(QRR)를 0으로 없앴어.1 다만 스위칭 사이클마다 충반전해야 하는 출력 커패시턴스(COSS)는 여전히 남는데, 같은 온저항 기준에서 실리콘 MOSFET보다는 훨씬 작아.1
왜 중요한가
이 물성 차이는 전압 구간별로 다른 승부처를 만들어. 시장 분석가들에 따르면 GaN은 컴퓨터 전원 공급 장치·오디오 앰프처럼 소비자 가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저·중전압(200~600V) 구간에 가장 잘 맞고,2 600~900V 구간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컨버터와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인버터를 포괄하는 전략적 구간이야.2 반면 1.2kV를 넘는 고전압 구간(산업용, 철도·선박 운송, 전력망)에서는 같은 3-5족 화합물이라도 SiC가 더 나은 재료 품질과 소자 신뢰성 덕분에 여전히 선호되는 선택으로 남아 있어.2
비용 구조는 아직 실리콘에 완전히 유리하지 않아. GaN 소자는 상대적으로 새 기술이라 지금도 실리콘 대응 제품보다 생산 비용이 더 들어.1 그런데 GaN 트랜지스터를 처음 상용화한 EPC는 이걸 일시적인 상황으로 본다 — 표준 실리콘 제조 설비를 그대로 활용해 대량 생산할 수 있어서, 동등 성능 기준으로 실리콘 MOSFET·IGBT보다 더 낮은 비용을 달성하는 데 근본적인 장벽은 없다고 주장해.1 이 물성-비용의 교차점을 어디서 찾느냐가, GaN이 저전압 소비자 가전을 넘어 얼마나 넓은 전압 구간까지 실리콘을 밀어낼 수 있는지를 가르는 변수야.
실제 예시 — EPC의 2009년 6월 첫 상용 eGaN FET
GaN HEMT(고전자이동도트랜지스터) 자체는 2004년경 일본 Eudyna Corporation이 GaN-on-SiC 기판으로 만든 RF용 depletion-mode 트랜지스터로 처음 등장했어.1 하지만 이건 전력 MOSFET을 대체할 목적의 제품은 아니었어.
2009년 6월, Efficient Power Conversion Corporation(EPC)이 전력 MOSFET 대체를 목표로 설계된 최초의 enhancement-mode GaN-on-silicon(eGaN) FET를 발표했어.1 EPC의 공정은 실리콘 웨이퍼에서 시작해 그 위에 얇은 질화알루미늄(AlN) 씨앗층을 성장시키고, 그 위에 다시 AlGaN과 GaN을 차례로 성장시켜 헤테로구조를 완성하는 방식이야.1 실리콘 웨이퍼와 표준 실리콘 제조 설비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이 공정의 핵심이었고, 이는 GaN 소자를 대량·저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연 시도였어.1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
GaN과 SiC는 둘 다 3-5족·4족 화합물 계열의 광대역갭(wide bandgap) 반도체지만,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야. 저·중전압(200~900V) 구간에서는 GaN이 더 작은 소자를 만들 수 있어 유리하고, 1.2kV를 넘는 고전압 구간에서는 SiC의 재료 품질과 신뢰성이 아직 더 앞서 있어.2 “광대역갭 반도체”라는 한 범주로 뭉뚱그리면 이 전압 구간별 분업을 놓치게 돼.
물성이 우수하다는 것과 지금 당장 실리콘보다 저렴하다는 것은 다른 말이야. GaN의 밴드갭·이동도가 실리콘을 능가한다는 사실이 현재 생산 비용까지 더 낮다는 뜻은 아니야. EPC 스스로도 eGaN FET가 아직은 실리콘보다 비싸다고 인정하고, 그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건 실현된 결과가 아니라 표준 실리콘 설비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에 기댄 전망이야.1
남은 질문들
- 2019년 시장 전망은 GaN 전력 소자 시장이 2022년 4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는데,2 그 이후 실제 시장 규모가 얼마나 늘었는지 최신 수치로 확인이 필요하다.
- EPC가 예견한 “실리콘보다 저렴한 GaN”이 실제로 어느 전압 구간에서, 언제 현실화됐는지(또는 아직 안 됐는지)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 normally-off 세 가지 방식(캐스코드·p-GaN 게이트·리세스 게이트 하이브리드 MISHEMT) 중 어느 쪽이 지금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았는지 추가 근거가 필요하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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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Lidow, Johan Strydom, Efficient Power Conversion Corporation, 「Gallium Nitride (GaN) Technology Overview」 백서 ↩︎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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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rizio Roccaforte, Giuseppe Greco, Patrick Fiorenza, Ferdinando Iucolano, 「An Overview of Normally-Off GaN-Based High Electron Mobility Transistors」, Materials 12(10):1599(2019-05-15) 논문 ↩︎ ↩︎2 ↩︎3 ↩︎4 ↩︎5 ↩︎6 ↩︎7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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