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말하면
손재주로봇손(dexterous hand)은 로봇 팔 끝에 달려 물체를 쥐고 조작하는 다지(多指) 말단장치(end-effector)야. 사람 손처럼 손가락 여러 개로 힘과 자세를 바꿔 가며 물건을 다룰 수 있게 만든 손이지. 로봇의 이동·보행 쪽 기계 설계는 이미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듬어졌지만, 이 손으로 사람만큼 다양한 물건을 능숙하게 쥐고 조작하는 일은 아직 표준이 없다 — 그래서 이 손의 설계가 physical AI·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로 쓸모 있는 작업을 해내는지를 가르는 병목으로 꼽힌다.
자유도와 무게는 함께 못 간다 — 설계 변수의 트레이드오프
2025년 1월 공개된 리뷰 논문은 기존 손재주로봇손 65개를 모아, 설계 변수와 성능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통계적으로(Cramér’s V라는 상관계수로) 정량화했다.1 이 논문이 정리한 설계 변수는 자유도(DOF)·구조형태(모터가 손 안에 있는지 팔뚝처럼 밖에 있는지)·구동형태(완전구동 vs 부족구동)·전달방식(텐던·기어·벨트·링키지 등) 네 가지고, 성능은 속도·무게·손끝힘·컴팩트성 같은 지표로 잰다.
비교 기준은 사람 손이다. 이 논문은 사람 손을 자유도 21개, 손끝힘 12N, 무게 0.5kg(팔뚝 포함 1.5kg), 최대속도 초당 2,290도, 컴팩트성 5.5로 두고 로봇 손의 값을 그 비율로 잰다. 같은 기준값들이 손끝힘 12N·속도 초당 200도·무게 0.5kg·컴팩트성 5.5를 경계로 로봇 손들을 두 그룹씩 나누는 분류선으로도 쓰인다.
이렇게 놓고 보니 어느 손도 모든 지표에서 1등일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Shadow Hand는 자유도와 손끝힘에서 가장 앞서 손바닥 안에서 물체를 굴리는 조작에 유리하고, Inspire Robots Dexterous Hand는 속도와 무게에서 앞서 피아노 치듯 빠른 동작에 유리하다. 저자들은 65개 모델을 분석한 결과 이 설계 변수들이 성능 지표에 유의하게 영향을 준다고 결론짓는다 — 하나를 올리면 다른 하나가 내려가는 트레이드오프 구조라는 뜻이다. 실제로 속도를 올리려면 모터를 팔뚝으로 빼서 텐던·벨트로 감속비를 낮추거나 직접구동을 쓰고, 무게를 줄이려면 불필요한 자유도의 모터를 없애고 소재를 최적화해야 한다. 반대로 손끝힘을 올리려면 속도와 자유도를 희생해 더 강한 모터와 높은 감속비를 써야 하고, 컴팩트성을 높이려면 센서를 줄이고 구동부 배치를 다시 짜야 한다. 그러니까 손 설계는 “다 잘하는 손”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 손이 할 일에 맞춰 무엇을 포기할지 고르는 일이다.
완전구동과 부족구동 — 모터 수를 줄이는 다른 방법
모터(액추에이터) 수를 자유도만큼 그대로 쓰는 방식을 완전구동(full actuation)이라 하고, 자유도보다 적은 모터로 여러 관절을 움직이는 방식을 부족구동(underactuation)이라 한다.2 완전구동은 관절마다 정밀 제어가 가능한 대신 모터 수만큼 무겁고 복잡해지고, 부족구동은 모터를 줄이는 대신 손이 취할 수 있는 자세의 폭이 좁아지기 쉽다.
그동안 나온 부족구동 손들은 이 트레이드오프를 저마다 다르게 풀었다. 2014년 프랑스의 Pisa/IIT hand는 모터 1개로 관절 19개를 구동했고, 2018년 업그레이드판 Pisa/IIT2는 모터 2개로 손가락 다섯 개를 움직이지만 잡을 수 있는 자세가 하나뿐일 만큼 움직임이 제한됐다. 2013년 일본의 Ritsumeikan hand는 모터 3개로 대부분의 물체를 쥘 수 있었지만 손에 감각 피드백이 없어 쓸 수 있는 상황이 좁았고, 2018년 홍콩중문대의 BCL-13 hand는 손가락 4개에 공압 액추에이터 4개를 써서 유연성과 파지력은 좋았지만 공압이라 제어가 까다롭고 사람 손과 닮은 정도는 떨어졌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GRASP taxonomy라는 파지 동작 분류 통계에서 엄지 사용률이 97.7%에 달하고 둘째·셋째 손가락으로 하는 정밀 파지가 전체의 45.3%를 차지한다는 점에 착안해, 액추에이터 2개로 손가락 4개를 구동하되 정밀형 파지와 파워형 파지를 구분하도록 설계했다. 손 크기는 NASA의 인체 비율 연구를 참고해 성인 남성(길이 193mm·너비 89mm·둘레 218mm)과 여성(173·79·178mm) 사이인 180·82·202mm로 잡았고, 시제품은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손가락에는 내마모성 레진을, 손바닥·팔·풀리에는 PLA를 썼다.
손가락 하나를 구부리는 것과 별개로, 엄지가 다른 손가락과 마주보게(oppose) 만드는 것도 독립된 난제다. 2026년 8월 6일 미국 특허청이 공개한 Sony의 특허 출원(US 2026/0225261 A1)은 사람과 닮은 대립형 엄지를 가진 로봇 손을 다룬다.3 특허 분석 매체 Patentlyze에 따르면 이 설계는 엄지의 움직임을 회전점 세 개로 나눈다 — 회전축 두 개가 손가락 부위를 굽히고, 세 번째 축이 엄지를 손바닥 너머로 움직여 다른 손가락과 마주보게 한다. 이 특허 도면에는 머리·몸통·팔 두 개·바퀴 이동체를 갖춘 로봇 전체도 함께 그려져 있지만, 기사는 이 시점에서 Sony가 이 로봇을 상용화하려 한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힌다.
왜 중요한가
위에서 본 것처럼 Shadow Hand·Inspire Robots·Pisa/IIT·Ritsumeikan·BCL-13, 그리고 이 논문 자신의 시제품까지 저마다 다른 자유도·구동 방식·모터 배치를 택했고, 그 선택마다 잡을 수 있는 물체와 못 잡는 물체가 갈린다. 그래서 이 손은 physical AI가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든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든, 실제 작업을 대신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마지막 관문에 해당한다.
Sony처럼 20여 년 전 QRIO(원래 이름은 Sony Dream Robot)라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만들었다가 2000년대 중반 로봇 사업 구조조정 속에서 QRIO 개발을 접었던 회사가3 다시 손 특허를 내고, 지난달 혼다·소프트뱅크·NEC 등과 함께 physical AI를 지원하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보행이 어느 정도 풀리자, 다음 싸움터가 손으로 옮겨간 셈이다.
실제 예시
2026년 8월 Wiley의 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실린 연구는 이 트레이드오프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 보인 사례다.4 연구진이 만든 BioflexBot은 감긴 스프링과 이를 감싸는 셸, 공압 입력 단 두 개만으로 집기·회전·걸기·쥐기 네 가지 동작을 낸다. 교신저자 Yingtian Li(홍콩중문대 선전캠퍼스)는 “구조적·물리적 지능을 활용해 폭넓은 스케일의 grasping과 사람 손 같은 복잡한 조작을 동시에 노렸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교신저자 Yang Yang(난징정보과학기술대)은 “대다수 로봇 손과 달리 우리는 형태가 아니라 기능만 모방했다”고 설명했다.
검증 결과는 구체적이다. BioflexBot은 침을 다루고 피펫으로 액체를 옮기는 정밀 작업을 해냈고, 병뚜껑은 사람 손보다 거의 4배 더 돌렸다. 공구함과 고글처럼 걸어서 옮겨야 하는 물체도 다뤘고, 비슷한 방식의 다른 시스템보다 거의 13배 큰 물체까지 쥘 수 있었으며, 연구진 주장으로는 사람 손보다 3.5배 더 늘었다 줄었다 한다. 연구진은 항공엔진 블레이드 검사, 휴머노이드 로봇에 결합한 일상 작업, 화학 실험까지 세 가지 응용 가능성을 시연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
“자유도가 많을수록 더 좋은 손이다”라는 생각은 틀렸다. 자유도가 늘수록 다룰 수 있는 자세는 늘지만, 그만큼 모터가 늘어 무거워지고 느려지기 쉽다. 실제로 앞서 본 논문에서 자유도와 손끝힘이 가장 뛰어난 Shadow Hand는 속도·무게에서는 Inspire Robots Dexterous Hand에 밀렸다. 맞는 그림은 “이 손이 무슨 일을 할지”부터 정하고 거기에 맞춰 자유도·구동방식·모터 배치를 고르는 것이다 — 자유도를 최대치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이어서 읽기
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는 문제는 협동로봇(cobot)에서 다루는 힘·속도 제한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손을 실제 상용 휴머노이드에 얹어 파는 회사의 사례는 Agility Robotics에서 볼 수 있다.
남은 질문들
- Sony의 특허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여느 특허처럼 서랍에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BioflexBot 같은 저비용 부족구동 설계가 실험실 시제품을 넘어 실제 생산 라인에 얼마나 싸게 양산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압력 센서를 내장한 촉각 피드백이 대다수 손재주로봇손 설계에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일부 응용에만 남을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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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ang, Fu, Liang, Jin, Wang, 「Critical review on the relationship between design variables and performance of dexterous hands: a quantitative analysis」, Frontiers in Neurorobotics(2025-01-30)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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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o, Bao, Pan, Yang, Zhou, 「Structural and Experimental Study of a Multi-Finger Synergistic Adaptive Humanoid Dexterous Hand」(2025-03, PMC11940047)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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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ics & Automation News, 「Sony robot hand patent hints at renewed humanoid robotics ambitions」(2026-08-14) 원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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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bot Report, 「BioflexBot robot hand aims to replicate key human hand motions」(2026-08-13)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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