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감독청 FCA 홈페이지에는 이상한 문장이 있어. 비트코인 자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해놓고,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은 팔지 못하게 막아놨거든.1

FCA가 암호자산을 규제할지 말지 헷갈려서 이런 게 아니야. 오히려 정반대다. FCA는 암호자산을 종류별로 촘촘하게 나눠서, 어디까지가 자기 관할이고 어디부터가 아닌지를 이미 정해뒀어.1

암호자산도 다 같은 암호자산이 아니다

FCA는 암호자산을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이전·보관·거래할 수 있는, 암호학적으로 보호된 가치나 계약상 권리로 정의해.1 그리고 이걸 구조와 용도에 따라 규제 대상과 비규제 대상으로 가른다.1

규제 대상은 두 갈래야. 소유권이나 상환권, 미래 이익 배분권처럼 ‘특정 투자’에 해당하는 증권형 토큰, 그리고 전자화폐 정의를 충족하는 전자화폐 토큰.1 이 둘은 이미 기존 금융 규제 틀 안에 들어와 있다고 봐.

나머지는 비규제 토큰이다. 특정 상품·서비스 이용권으로 교환되는 유틸리티 토큰, 그리고 비트코인·라이트코인처럼 흔히 ‘암호화폐’라 불리는 토큰들 — FCA는 이걸 교환 토큰(exchange token)이라 불러.1 탈중앙화돼 있고 교환 수단으로 설계됐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어.1

그런데 파생상품은 다르다

여기서 그 이상한 문장이 나와. 암호자산 자체가 FCA 관할 밖이어도, 그걸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나 상장지수증권(ETN) 같은 투자상품은 얘기가 달라.1 이런 상품은 FCA 관할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FCA는 일반 소비자에게 이런 상품을 팔지 못하게 막았어.1 이유는 소비자가 이 상품의 가치와 위험을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있는지 믿을 수 없다는 거였고.1

비트코인을 직접 사는 건 막지 않지만, 비트코인 가격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은 막는다 — 자산 자체를 규제할지와 그 자산을 다루는 상품을 규제할지를 FCA는 따로 판단한다는 뜻이야.

규제는 조각부터 들어왔다

FCA가 암호자산 전체를 한 번에 규제 틀 안으로 끌어들인 게 아니야. 2020년 1월 10일부터 FCA는 암호자산 사업을 하는 기업의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방지(AML/CTF) 감독기관이 됐어. 2019년 7월 경제범죄대응계획에서 이렇게 정해졌기 때문이지.1

판촉(마케팅) 규제는 그다음으로 왔다. 2023년 6월 FCA는 암호자산 금융판촉에 관한 최종 규칙을 발표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관련 가이던스를 냈어.1 10월 8일부터는 ‘적격 암호자산’이 FCA 관할에 들어왔고, 이 판촉 규제는 기업이 영국 밖에 있든 어떤 기술을 쓰든 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면 다 적용돼.1

영국 소비자에게 암호자산을 합법적으로 판촉하는 경로는 딱 넷이야. 인가받은 자가 직접 소통하거나, 미인가자가 인가받은 자의 승인을 받거나, 등록된 암호자산 사업자가 예외 조항에 따라 소통하거나, 그 밖의 예외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1 이 넷 중 하나에 걸리지 않으면 영국에서 암호자산을 광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8년 걸렸다

이 모든 조각의 시작점은 2018년 3월이야. 영국 정부가 핀테크 전략의 일환으로 암호자산 태스크포스를 발족했고, 재무부·영란은행·FCA 세 기관이 함께 암호자산과 DLT의 영향을 평가했어.1 태스크포스는 그해 10월 26일 보고서를 냈다.1

결론은 두 갈래였어. DLT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금융서비스 등에서 상당한 이익을 줄 잠재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잠재력을 살리려면 관리해야 할 위험이 크다는 것.1 태스크포스가 짚은 위험은 넷이야 — 불법행위에 악용될 수 있는 금융범죄 위험, 소비자가 부적합 상품을 사거나 사기를 당할 소비자 위험, 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시장 건전성 위험, 시장이 커질 때 나타날 수 있는 금융안정성 위험.1

이 네 가지 위험 축이 이후 8년 동안 FCA가 하나씩 채워온 규제의 얼개였던 셈이야. AML/CTF 감독은 금융범죄 위험에, 판촉 규제와 파생상품 판매 금지는 소비자 위험에 대응한다. 그리고 2026년 6월 30일, FCA는 이 조각들을 하나로 묶은 최종 규정과 가이던스를 발표했어 — 2027년 10월 25일 이후 FSMA에 따라 영업 허가를 받는 모든 암호자산 기업에 적용되는 규정이다.1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

암호자산 자체가 규제 대상인지와, 그 암호자산을 다루는 상품·행위가 규제 대상인지는 다른 질문이야. 비트코인은 비규제 교환 토큰이지만, 비트코인 파생상품 판매는 금지돼 있고, 비트코인을 광고하려면 4가지 경로 중 하나를 거쳐야 해. FCA가 무엇을 규제하는지 물을 때는 “암호자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행위·상품이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

각주

  1. FCA, 「Cryptoassets」(2026-06-30 갱신) 공식 페이지 ↩︎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