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는 금리가 낮을 때 조용해 보여. 이자를 싸게 굴릴 수 있으면, 정부도 기업도 가계도 “언젠가 갚으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지.

그런데 Carmen Reinhart의 경고는 그 조용함이 착시였다는 쪽에 가까워. 선진국의 공공부채는 이미 기록적 수준인데, 2022년 이후 금리까지 올라왔어. 부채의 양과 돈의 가격이 동시에 높아진 셈이야.1

문제는 부채가 많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야. 높은 부채가 높은 금리, 지정학 리스크, 민간부채의 정부 이전 가능성과 한꺼번에 만났다는 점이야.

무슨 일

Nomura는 2024년 6월 싱가포르 Nomura Investment Forum Asia에서 Carmen Reinhart가 한 발언을 정리했어. Reinhart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국제금융시스템 교수이고, 국가부채와 금융위기 연구로 자주 인용되는 인물이야.

그가 본 출발점은 간단해. 선진국 정부부채가 이미 매우 높다. 미국 공공부채는 GDP의 약 100%, 일본은 약 250% 수준으로 언급됐어. 여기에 민간부채까지 얹히면 이야기가 더 커져. 위기가 오면 민간의 손실이 은행 구제, 보증, 경기부양, 사회안전망 지출을 통해 정부의 부담으로 넘어오기 때문이야.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 부담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어. 금리가 오래 낮았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고, 중앙은행은 충격이 올 때마다 공격적으로 완화했지. 그러면 부채가 커져도 당장 숨이 막히지 않는다.

Reinhart가 문제 삼는 건 회복 국면에서도 되돌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야. 경기가 회복되고 실업률이 낮아졌는데도 부채를 줄이는 노력은 약했고, 통화정책 정상화도 충분히 빠르지 않았다는 거지. 그러다 코로나 충격이 오면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와 정부부채가 다시 한 단계 올라갔어.

왜 중요한가

이 논지는 “부채가 많으니 망한다”가 아니야. 더 정확히는 저금리 체제에서 만들어진 부채 구조가 고금리 체제에서 얼마나 버티는가라는 질문이야.

금리가 낮을 때는 정부가 새 국채를 발행해도 이자 부담이 천천히 올라가. 기업도 만기를 연장하기 쉽고, 가계도 대출을 굴릴 수 있어. 하지만 금리가 올라간 뒤에는 같은 부채라도 현금흐름을 더 빨리 갉아먹어. 정부는 세입보다 이자비용이 빨리 늘고, 기업은 차환 비용이 뛰고, 가계는 소비를 줄여.

여기서 금리차와 환율이 연결돼. 일본처럼 정부부채가 크고 금융기관이 국채를 많이 들고 있으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릴 때 금융기관 대차대조표 충격을 같이 봐야 해. 금리를 많이 올려 환율을 방어하면 국채 가격 하락과 금융기관 손실이 커질 수 있고, 금리를 덜 올리면 다른 나라와의 금리차 때문에 통화가 약해질 수 있어.

Reinhart는 일본은행이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 지점에서 봤어. 금리 방어를 세게 쓰기 어렵다면 외환시장 개입으로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그건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기보다 시간을 사는 방식에 가깝다는 거야.1

확인된 것

첫째, 선진국 부채 문제는 정부부채만의 문제가 아니야. Reinhart는 민간부문의 레버리지가 정부의 잠재적 우발채무가 될 수 있다고 봐. 금융위기가 오면 민간 손실이 공공부문으로 이전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야.

둘째, 성장만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있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GDP 대비 부채비율은 내려갈 수 있지만, Reinhart는 다수 사례에서 성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봤어. 정석적인 방법은 재정조정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 그런 조정이 강하게 보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야.1

셋째, 금융억압도 예전만큼 쉬운 해법이 아닐 수 있어. 금융억압은 정부가 실질금리를 낮게 눌러 싼 비용으로 빚을 굴리는 방식이야. 하지만 부채 수준이 너무 높으면, 마이너스 실질금리라는 세금만으로는 부담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다는 게 Reinhart의 시각이야.

그래서 가장 불편한 결론이 나온다. 이번 부채 과잉은 결국 구조조정이나 디폴트의 형태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거야. 여기서 디폴트는 꼭 노골적인 채무불이행만 뜻하지 않아. 사회보장이나 정부 이전지출의 실질 가치가 줄어드는 식의 더 조용한 형태도 포함될 수 있어.

시장에서 어디를 봐야 하나

미국 쪽에서는 만기 구조가 중요해. Reinhart는 미국 부채 발행이 단기 국채 쪽으로 이동한 점을 위험 신호로 봤어. 단기물 발행은 당장은 편하지만, 기록적인 부채를 짧은 만기로 계속 굴리면 차환 위험이 커져. 위기 전에는 단기부채 비중이 올라가는 일이 흔했다는 설명도 붙었어.1

일본 쪽에서는 금리와 환율을 같이 봐야 해. 금리를 많이 올리면 국채를 많이 들고 있는 금융기관이 압박을 받고, 금리를 적게 올리면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어. 그래서 외환시장 개입이 늘어나는지,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 금융기관의 국채 평가손실이 커지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중국은 중앙정부 부채만 보면 선진국보다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지방정부와 부동산, 금융부문을 같이 봐야 해. Reinhart는 중국 중앙정부 부채를 GDP의 60% 수준으로 언급하면서도, 지방정부와 부동산 약화에 연결된 금융부문 부채, 그리고 일대일로 관련 대외채권 부실을 걱정거리로 봤어.1

이 셋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질문으로 묶여. 부채가 어디에 숨어 있고, 금리가 오를 때 그 손실을 누가 떠안는가.

아직 모르는 것

첫째, 고금리가 얼마나 오래 갈지야. 금리가 빨리 내려오면 차환 압력은 줄어들 수 있어. 반대로 물가가 끈적해서 금리가 오래 높게 남으면, 지금은 조용한 부채도 만기 갱신 때마다 비용을 드러낼 거야.

둘째,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나눌지도 아직 몰라. 세금, 지출 삭감, 인플레이션, 금융억압, 구조조정은 모두 다른 이름의 부담 배분이야. 어느 쪽이 선택되는지에 따라 채권자, 납세자, 연금 수급자, 통화 보유자가 받는 충격이 달라진다.

셋째, 환율 방어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봐야 해. 통화 약세가 단순히 달러인덱스(DXY) 상승의 결과인지, 아니면 그 나라의 부채·금리 구조가 드러나는 신호인지는 국면마다 다르다. 이 둘을 가르지 않으면 환율 움직임을 너무 쉽게 해석하게 돼.

다음에 볼 것

첫째, 미국 단기 국채 비중이 계속 올라가는지야. 단기 발행이 늘수록 금리 재설정 위험은 빨리 돌아온다.

둘째,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와 엔화 개입 빈도야. 금리 방어를 못 하고 개입에 의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시장은 그 정책을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커.

셋째, 중국 지방정부와 부동산 관련 부채의 처리 방식이야. 중앙정부 숫자만 보면 위험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손실이 어디에서 정부로 넘어오는지가 더 중요해.

Reinhart의 경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거야. 저금리 시대에는 부채가 배경음처럼 들렸지만, 고금리 시대에는 그 배경음이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어.

각주

  1. Nomura Connects, 「Advanced economy debt challenges are serious, says Carmen Reinhart」(2024-06) Nomura Connects. ↩︎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