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를 계속 낸 회사도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면 잘 안 믿기겠지만, 지금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야. 산업용 포장재 회사 원림은 58년 된 흑자 기업으로 최근 5년간 매년 흑자를 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이자비용의 16배를 웃돌았어.1 그런데도 시가총액이 작년 상반기 377억원에서 지금 340억원으로 줄면서, 내년이면 37년 만에 상장폐지될 처지에 놓였어.1

원인은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편이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밑도는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이상 시총을 회복하지 못하면 곧바로 상장폐지하기로 했어.1 올해 7월부터 유가증권시장은 시총 300억원, 코스닥시장은 200억원이 기준이고, 내년 1월부터는 각각 500억원, 300억원으로 문턱이 더 높아져.1 좀비기업을 빠르게 걸러내겠다는 취지였어.

지수는 오르는데 대다수는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는 거야. 제도 개편안이 발표된 2월 12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803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23% 늘었어. 그런데 개별 기업으로 보면 77%에 해당하는 619곳은 오히려 시총이 줄었어.1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전체 거래대금의 최대 70%를 빨아들인 결과야.1

이 쏠림 때문에 시총 기준을 밑도는 기업 수도 늘었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300억원 미만 기업은 23곳에서 39곳으로 70% 증가했고, 내년 기준인 500억원 미만 기업도 66곳에서 103곳으로 늘었어.1 코스닥시장은 더 가팔라. 시총 200억원 미만 기업은 41곳에서 121곳으로 세 배, 300억원 미만은 167곳에서 334곳으로 두 배 많아졌어.1

부실기업이 아니다

이 기업들을 전부 부실기업으로 보기도 어려워. 상장협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시총 500억원 미만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53%(58곳)는 올해 1분기 흑자를 냈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도 12곳, 고배당 기업도 11곳이었어.1 실적은 멀쩡한데 시장 자금이 소수 대형주에만 쏠리면서 시총만 빠진 셈이야.

상장협은 유예를, 금융위는 미세조정을 이야기한다

28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금융당국에 시총 요건 적용을 1년간 유예하고 보완책을 마련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어.1 시총이 기업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전체 유동성과 수급 배분에 좌우되는데, 이를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야.1

금융당국도 완전히 선을 긋지는 않았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8월 24일 국회 질의에서 “제도가 시행 중인 만큼 전면 변경은 어렵다”면서도 “미세조정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어. 금융위 관계자도 “향후 시총 요건 강화 일정을 두고 속도를 조절할 여지가 있다”고 했어.1

원림 같은 기업이 다음 갈림길에 놓이는 건 내년 1월, 유가증권시장 시총 기준이 500억원으로 오르는 순간이야.1 그 전에 제도가 얼마나 손질될지가 관건이야.

각주

  1. 한국경제, 「[P전송금지]삼전닉스 쏠림장의 역설…흑자기업도 증시 퇴출 위기」(2026-08-28) 기사 ↩︎ ↩︎2 ↩︎3 ↩︎4 ↩︎5 ↩︎6 ↩︎7 ↩︎8 ↩︎9 ↩︎10 ↩︎11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