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R협의회가 낸 인스피언 리포트는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소개하는 기업분석처럼 보이지만, 더 크게 보면 ERP 전환 마감일이 기업 IT 예산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읽게 해준다.

이 문서는 투자 추천이 아니라 source watch다. 원문 리포트의 숫자와 전망을 바탕으로, SAP ERP 전환·EAI 컨설팅·EDI SaaS라는 세 가지 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리한다. 리포트 한 건에 근거한 중간 메모이므로, 독립적인 실적 확인과 추가 시장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 줄로 말하면

SAP의 온프레미스 ERP·미들웨어 지원 종료는 한국 대기업의 시스템 전환 압박을 키우고, 그 압박은 SAP에 특화된 EAI 컨설팅과 EDI 연결 서비스 수요로 번질 수 있다.

왜 지금 읽을 만한가

ERP는 회사의 회계, 구매, 생산, 물류, 인사 같은 핵심 데이터를 담는 뼈대다. 하지만 실제 기업은 ERP 하나만 쓰지 않는다. MES, CRM, 물류 시스템, 보안 솔루션, 협력사 시스템이 함께 돌아간다.

문제는 이 시스템들이 서로 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계 시스템에서 주문이 생기면 물류 시스템도 알아야 하고, 협력사와 주고받는 주문서·송장도 내부 ERP에 자동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 연결을 담당하는 영역이 EAIEDI다.

리포트가 주목한 구조적 사건은 SAP의 전환 일정이다. SAP ECC 6.0의 메인스트림 지원은 2027년을 기점으로 종료되고, SAP PO도 2027년 말 종료가 예정되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ERP와 미들웨어를 동시에 새 구조로 옮겨야 하는 압박이 생긴다.

인스피언이 하는 일

리포트에 따르면 인스피언은 2009년 설립된 SAP ERP 기반 EAI 컨설팅·보안 솔루션 업체다. 2020년부터는 기업 간 비즈니스 문서와 데이터를 전자적으로 교환하는 EDI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6년 1분기 매출 기준 사업 비중은 다음과 같다.

사업2026년 1분기 매출 비중쉽게 말하면
EAI 구축 및 컨설팅35%SAP ERP와 다른 사내 시스템을 연결하는 일
보안 솔루션35%SAP 안의 개인정보·접속기록·로그를 보호하고 추적하는 일
EDI 서비스29%기업과 협력사가 주문서·송장 같은 문서를 자동으로 주고받게 하는 일
기타2%부동산 임대 등

핵심은 세 사업이 서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SAP ERP를 깊이 이해해야 EAI 연결을 잘할 수 있고, 그 연결 경험은 EDI처럼 외부 거래처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서비스에도 이어진다.

핵심 포인트 1: SAP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마감일이 있는 숙제다

리포트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90% 이상이 SAP ERP를 사용하고, 국내 SAP PO 사용 기업이 약 200개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SAP PO에서 클라우드 기반 SAP Integration Suite로 전환을 완료한 곳은 아직 10%에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이 말은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좋아 보여서 사는 시장”과 조금 다르다. 기존 시스템의 지원 종료, 보안 패치, 세법·회계 업데이트, 협력사 연동 때문에 언젠가는 움직여야 하는 시장이다.

리포트는 인스피언이 SAP의 공식 마이그레이션 파트너로 등록되어 있고, SmartShift라는 무상 사전진단 서비스로 전환 고객을 먼저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또 AI 기반 마이그레이션 자동화 도구를 통해 기존 1~2개월 걸리던 전환 작업을 1주일 안으로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적고 있다.

다만 시점은 중요하다. 원문은 2026년보다 2027~2028년에 EAI 전환 수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오늘 당장 실적으로 모두 반영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감일이 다가오며 파이프라인이 쌓이는 구조로 읽어야 한다.

핵심 포인트 2: EDI는 “연결된 기업 수”가 해자가 되는 시장이다

EDI는 기업 간 주문서, 납품확인서, 세금계산서 같은 문서를 표준 전자 데이터로 바꿔 주고받는 인프라다. 겉으로는 문서 전송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 ERP·물류·회계 시스템과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서 전환 비용과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

  • 이미 수십~수백 개 협력사와 연결된 EDI를 바꾸려면, 거래처와 포맷·프로토콜을 다시 맞춰야 한다.
  • 대형 고객 하나가 특정 EDI 플랫폼을 쓰면, 그 고객과 거래하는 협력사들도 같은 플랫폼에 올라올 유인이 생긴다.
  • 그래서 기능이 조금 좋은 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시장이 바로 뒤집히기 어렵다.

리포트는 인스피언의 대기업 EDI 고객이 2023년 6개에서 2025년 15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누적 고객 수가 46개에서 88개로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 고객 수보다 연결망의 방향 때문이다. 대기업 고객이 늘수록 협력사 연결이 따라붙을 수 있다.

핵심 포인트 3: 2026년은 EDI, 2027년 이후는 EAI를 보는 구조다

리포트의 2026년 전망은 EDI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한국IR협의회는 인스피언의 2026년 매출을 219억 원, 영업이익을 38억 원으로 추정한다. 이는 2025년 매출 190억 원, 영업이익 24억 원에서 각각 15%, 58% 늘어나는 그림이다.

사업별로 보면 EAI 컨설팅은 83억 원으로 전년과 거의 비슷하고, 보안 솔루션도 87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반면 EDI 서비스는 2025년 20억 원에서 2026년 46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한다. B2B CNI 합병 효과와 대기업 고객 기반 확산이 주요 이유다.

이 구도는 읽는 순서를 알려준다.

  1. 2026년에는 EDI 고객 확산과 반복 매출이 실제로 쌓이는지 본다.
  2. 2027년 이후에는 SAP Integration Suite 전환 수요가 EAI 컨설팅 매출로 이어지는지 본다.
  3. 장기적으로는 SAP 생태계 자체가 AI와 클라우드 전환 속에서 얼마나 견고한지 확인한다.

리스크: SAP 생태계 의존성

인스피언의 강점은 SAP 특화다. 동시에 그 강점이 리스크다.

리포트는 SAP가 글로벌 ERP 표준이고, 국내 대기업 사용률이 높다는 점을 기회로 본다. 하지만 SAP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면 인스피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원문은 AI 에이전트가 기존 SaaS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진 현상을 언급한다.

당장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인스피언 매출은 SAP 라이선스 판매가 아니라 구축, 전환, 보안, 연결 프로젝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SAP가 클라우드 전환을 밀수록 단기 전환 프로젝트는 늘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질문이 남는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내부 업무 자동화를 고도화하면, 기업들이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 자체가 바뀔 수 있다. EAI와 EDI의 수요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떤 시스템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

  • SAP 전환 수요가 있다는 말과 특정 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는 말은 다르다.
  • EDI의 네트워크 효과는 강력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독점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 리포트의 2026년 매출·영업이익 전망은 애널리스트 추정치이지 확정 실적이 아니다.
  • 이 글은 한국IR협의회 리포트 한 건을 읽은 source watch다. 공개 투자 판단으로 쓰려면 분기 실적, 고객 수, 수주, 현금흐름, 주가·거래량, 경쟁사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다음에 확인할 것

  • 2026년 EDI 매출이 실제로 46억 원 수준에 접근하는가.
  • 대기업 EDI 고객 수와 누적 고객 수가 2026년에도 늘어나는가.
  • SAP PO에서 SAP Integration Suite로의 전환 프로젝트가 2027년 전에 선제적으로 시작되는가.
  • SmartShift가 단순 영업 도구인지, 실제 유료 프로젝트 전환율을 높이는지.
  • AI 에이전트와 기업 자동화가 EAI·EDI 수요를 줄이는지, 아니면 더 복잡한 통합 수요를 만드는지.

관련 문서

출처